★스마트폰으로 인생후반전 준비하는 중장년층
● "스마트폰은 한글"
곽수일(70) 서울대 명예교수는 스마트폰을 '한글'에 비유했다.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스마트폰 전도사'로 통한다. 지난해 경기고와 서울대 상과대학 동기회장을 맡으면서 동기들에게 스마트폰을 쓸 것을 누누이 강조했기 때문이다. 동기회에서 그는 60여 년 전 한국전쟁 때 피난지에서 겪었던 일을 동기들에게 소개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었다.
"대청마루에 나와 있던 옆집 아낙이 저를 불러 종이를 내밀었어요. 국군으로 참전했던 아들의 편지였죠. 편지를 소리 내 읽어줬더니 이번에는 종이와 연필을 내미는 겁니다. '네가 한글을 아니 내 아들에게 내가 부르는 말을 좀 적어다오'라면서요. 전 아직도 그 아낙의 얼굴을 잊지 못해요."
곽 교수는 이 얘기를 동기들에게 들려준 뒤 "너희도 지금 내 말 듣고 스마트폰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너희 손자·손녀에게는 딱 내가 그 한글을 모르던 아낙을 보던 모습으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SK텔레콤과 KT에게 부탁해 스마트폰 교육팀을 동기회장으로 초청했다. 이후 수십 명의 친구들이 스마트폰으로 휴대전화를 바꿨다고 했다. /동아일보2011.2.22
이미 중장년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다양한 형태로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은행에서 근무하다 15년 전 은퇴한 윤원진(63) 씨는 퇴직 후 풍경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갖게 됐다. 스마트폰은 이런 그에게 좋은 친구다. 여행지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다가 날씨가 꾸물거리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젊은 시절처럼 무리해서 악천후에 야영을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초 경북 안동 월영교 여행을 갔을 땐 맛있는 간고등어 음식점도 아이폰으로 찾았다"고 자랑했다. 그는 지난해 말 아예 여행사진 블로그도 개설했다.
교사로 일하다 10여 년 전 은퇴한 주부 이희영(59) 씨는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해 호주 여행을 다녀왔다. TV리모컨 사용법 배우기도 어려워 할 정도로 기계를 꺼렸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유명 여행출판사 론리플래닛의 아이폰용 시드니와 멜버른 여행 앱(응용프로그램) 덕을 봤다. 현지 지도와 여행 정보를 얻은 것인데, 스마트폰은 이 씨의 짐도 줄여주고 자유여행에 도전할 용기도 줬다.
경기 평택에 사는 공인중개사 이오만(67) 씨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옵티머스원'으로 약 500여 명에 이르는 고객 전화번호를 그룹으로 나눠 관리한다. 수많은 연락처를 척척 찾아내는 게 일반 휴대전화보다 훨씬 좋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그는 "부동산을 안내할 때 지도 앱을 켜서 고객들에게 찾아오는 길을 설명하기도 편하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젊어서도 하지 않았던 배낭여행의 도우미고, 새로운 직업을 도와주는 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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