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4/3 아버님의 88 미수잔치에

이예경 2011. 5. 12. 01:43

 

일요일은 친정아버지의 88세 생신이었다
어머니가 아버지께 잘 해드리려고 이런저런 계획을 많이 세우셨고 신경을 쓰셨지만
아직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는 어머니 의견에 가타부타 반응을 안보이셨다
결국 병원에서 조용히 보내겠다는 아버지 의견에 안심반불만반이 되셨다
 
안심은 보행도 못하시니 온식구가 매달려 24시간이 힘들뻔 했던 것을 면한것이고
불만은 집에 모셔다놓고 24시간 지켜보며 시중들겠다고 미국에서 나온
둘째딸 부부와 셋째딸부부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지난주에 나온 동생네 부부들은 잠은 친정에서 자고.....대신에
매일 아침에 간식을 싸들고 남양주병원에 출근하여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마도 해드리고 식사때 음식시중도 들어드리니 아버지는 대만족이신데
둘째날부터는 간호사가 식사시중은 환자의 퇴행을 재촉하는거라며 못하게 하더란다
 
그리고 생신 당일에는 다섯 딸과 다섯 사위들 그리고 집집이 손주들과 증손주들까지
모두 꽃이니 음식을 들고 정장 차림으로 쏙 빼입고 병원에 모였다
일욜엔 예배를 본다기에 예배실에 갔더니 신도들이 50여명이 모여있어서
아버지를 모시고 자손들이 다같이 예배를 드렸다
목사님이 특별기도를 안수해주시고 딸도 인사를 했다
예빼후에는 우리가 준비해온 떡과 간식을 예배에온 환자들에게 나누어 드렸다
 
가족들은 방을 하나 빌려서 해온 음식들을 벌려놓고 부페식 상차림을 했다
아버지께 테이블 스피치를 부탁드렸더니 첫마디가
사람이 산다는게 .....일생이 별거 아니더라
각자 맡은일 열심히 하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라.....
.....평생을 한줄로 요약해주셨다....
 
잠시 숙연해졌지만 증손주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니 다시 온기를 되찾아
애교쟁이 셋째딸은 시종일관 아버지 옆에 딱 붙어앉아 음식을 가려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반찬에 얹어 떠먹여 드리느라 바쁘다

둘째는 5년만에 나오고 셋째는 2년만에 나왔으니 부모님께 최선을 다한다
휴스턴에서 오고 엘에이에서 온 사람들 모두들 오랜만에 만나니 시끌벅적해서
밥이 어디로 간지 모르겠는데 해온 음식들은 싹 없어졌다
 
식사가 끝나고 케잌을 나누며 아버지 앞에서 재롱이 시작되었다
둘째네는 음악을 틀더니 둘이 붙잡고 지난 2년간 배웠다는 사교댄스를 보여준다
동생은 자연스레 잘하는데 그 남편은 쑥스러워선지 더잘하려고 해선지
댄스를 즐기기 보다는 순서를 안틀릴려고 긴장하는것이 보여 웃음이 났다
동생남편은 몇만톤짜리 기선을 타고 세계를 누비는 선장님을 십수년 하던 사람인데
겨우 스무명이 보는데서 댄스하는데 그렇게 떨다니...
 
아버지는 기분이 좋아지셔서 우리들에게 좀더 하라고...
그래서 다들 나가 서로 붙잡고 신나게 춤판을 벌였다
 
셋째동생 남편은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하기에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는데
짐짝만한 가방을 등에서 내려놓더니 삼발이를 두개나 펼쳐서
한쪽에는 하얀우산을 올려놓고 한쪽엔 카메라를 놓고 무슨 사진관같이 차려놓았다
 
전체 사진을 어렵사리 열장이상을 찍었는데 그중에서 1장만 고를거라했다
집안에 코메디기질이 많아서 아버지를 웃게 만들려고 저마다 한두명씩
앞에 나가서 희한한 동작으로 웃기는 바람에 아버지께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한-참을 웃으셨다 1년치 웃음을 다 웃으신거같다
 
예사롭지 않은 사진사를 본김에 동생네들이 한집씩 아버지 모시고 가족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사가 연출하는대로 포즈가 다양해서 전문가 수준이기도 했지만
나머지 가족들이 또 웃기는 쑈를 부리는 바람에 엄청 많이 웃었고
덕분에 좋은 사진 나왔다고 사진사도 대만족이었다
 
내집 사진에선 옵빠더러 둘이 180도로 서지말고 90도로 마주보며 서라하고
옵빠에겐 내 허리를 팔로 둘르라하고 시선이니 뺨이니 어찌하라고 연출을 해주었다
탈렌트들 사진도 다 그렇게 찍는대나 난생 처음해보는거라 처음엔 쑥스럽더니
다들 그러니까 나중엔 시키는대로 얼굴 두껍게 잘도 했다
 
아버지께 한명씩 차례차례 다가가서 포옹해드리고 뽀뽀해드리고
작별인사를 한 후 병실에 모셔다 드리고 친정에 돌아가 저녁을 같이 먹고 헤어졌다
하도 많이 웃어서 가슴이 후련해진거 같다
아버지께서 발음도 좋아지시고 생기를 되찾으신거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렇게 미수 잔치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