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 지혜

훈육을 위해서 아이를 때려야 할까

이예경 2010. 6. 29. 18:52

홈페이지에서 엄마들의 질문을 받아보면 의외로 아이를 때리는 엄마가 아주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이는 미국에서 소아과 의사, 소아정신과 의사로 10년, 한국에서 소아과 교수로 30여 년 간 수많은 아기와 엄마들을 만나는 동안에는 잘 몰랐던 일이라 더 놀랍다. 소아과 의사에게 와서 얼굴을 맞대고는 매 때리는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홈페이지에 얼굴 없이 질문을 할 때에는 비교적 자유스럽게 편지를 쓰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된다.

지금까지 홈페이지에 들어온 질문 중 매 맞는 가장 어린 나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고 5개월 된 애기를 엄마가 때린 경우였다. 그 외에 징징거린다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1세 미만의 아기를 때리는 엄마도 많다. 물론 이렇게 아기를 때린 후에, 아기가 다른 어른이나 아이에게 폭력적 행동을 하는 걸 보고 깜작 놀라 편지를 쓰는 엄마도 있다. 

많은 부모님들이 어린이 교육에 체벌이 필요하다고 믿고 그렇게 믿기 때문에 때린다고 한다. 처음부터 기를 잡아야 한다느니, 한번이라도 기를 꺾어야 한다느니,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를 만들면 안 된다느니, 훈육을 해야 한다느니 등 이론도 많고 아예 군대식 체벌의 절대 필요성을 설명하시는 아빠도 계시다.

여기서 문제는 체벌의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우선 따져 볼 일이다. 무엇보다 왜 매를 맞았는지 잘 모르는 어린이들이 아주 많다. 5개월 된 아기는 물론이고 유치원이하의 나이에는 자신의 언행과 매 맞는 결과를 연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잘못을 해서 매를 맞았는지 그 인과 관계를 전혀 알지 못한다면 매 때리기는 엄마의 화풀이 밖에 되지 못한다. 그러나 경험해본 사람들은 다 알지만 아이를 때린다고 엄마가 제대로 화풀이도 되지 못한다. 순식간에 엄마가 화를 참지 못하고 전혀 빗나간 행동을 한 것이 되고 만다. 그리고는 후회하고 참회하기도 한다. 

매 맞은 어린이는 부모님의 언행을 보고 부모님이 대단히 화가 나 있다는 걸 느끼는 정도이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체벌을 받는 사실은 잘 모르고 다만 화가 나면 나보다 약한 사람을 매로 때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배우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폭력의 당연성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건 아주 심각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다음은 체벌의 효과이다. 매를 때리면 당장은 무서워하고 또 초등학교 연령의 어린이라면 다시 매를 맞지 않기 위해서 매의 원인이 되었던 행동을 안 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절대 오래가지 않고 짧다. 즉 효과가 별로라는 것이다.

거기다가 유치원 이상의 연령에서는 매를 맞은 후에 아프기보다는 자존심이 많이 상하고 자신감이 없어지고 자기 자신을 낮게 평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더 심각한 후유증이다.

원칙적으로 절대 때리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그 이유는 첫째, 매를 때려서 엄마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가 없고, 즉 가르치는 방법으로서는 아주 비효과적이며 둘째, 매 때리기는 아이에게 폭력성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엄마한테 매를 맞고 금방 돌아서서 인형이나 다른 사람을 때리는 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아기들은 엄마와 아빠의 언행이 항상 바르고 모범적이라고 믿고 이를 따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앞에서는 냉수도 못 마신다’는 우리의 옛 속담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매를 때리지 않고 어떻게 훈육해야 할 것인가. 어린이를 붙잡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다. 왜 안 되는지, 왜 그런 행동을 금지하는지, 마주 앉쳐 놓고 얘기하는 방법이다. 질문으로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도 물어봐야하고 ’그러지 말기로 해놓고 왜 그랬느냐‘ 등, 대화가 가능한 연령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어린이가 아주 어리면 엄마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린이는 엄마가 화가 나서 뭔가 길게 설명한다는 사실만은 안다. 엄마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걸 보니 내 행동은 나쁜가보다 어렴풋이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엄마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다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성공한 거 아닐까.

또한 대화가 가능한 연령이라면, 예를 들어 만 3세 이후에는 안 되는 것은 분명히 안 된다고 엄마가 말을 하고 다시 이런 일을 할 때에는 처벌을 하겠노라고 경고를 해둬야 한다. 그 처벌이라는 것 중에는 물론 특정한 장소에 앉혀놓고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처벌도 좋은 방법이고 아이스크림 등 아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하루나 이틀 못 먹게 하는 방법도 동원해도 좋다. 방에 들어가 혼자 앉아 있으라고 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아이라면 그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경고가 있은 후에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다시 했을 때에는 반드시 경고대로 처벌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고는 해 놓고 실천을 하지 않으면 일관성이 없는 부모의 행동으로 도리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여기서 어린이가 부차적으로 배우는 것은 이렇게 문제가 있을 때에는 마주 앉아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대화 방법이다. 초등학교 어린이라면 반대 의견을 말하거나 상황 설명을 할 수도 있는데 이때에도 다 들어 주어야 한다. 거기에 대해서 부모가 조목조목 설명을 하시면 더 좋다.

이렇게 본다면 엄마들이 말하는 ‘언젠가는 기를 한번이라도 꺾어놓아야 한다’라는 말은 설득력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의 기를 꺾을 수도 없거니와 기를 꺾어서 이득이 될 게 없다. 더구나 기를 꺾는다는 과정에 폭력이 포함된다면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언제부터 훈육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자연히 해답이 나온다. 훈육이 즉 때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타이르고, 설득하고, 설명하고, 경고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에만 미리 경고한대로 벌을 주어야 한다. 어디에도 폭력은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