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여기가 내집이라 생각하면서 살기로 했어....

이예경 2010. 4. 23. 14:20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찹쌀떡을 들고

매그너스에 뵈러갔다

 

날씨가 따스하고 볕이 좋아서 옥외 옥상 벤치로 가서 앉았다

멀리 축령산이 보이고 동네가 내려다보이니 시야가 탁트여 좋다

공기도 맑고 산림욕을 나온것 같다

찹쌀떡은 한개만 잡수시고 청포도를 조금 잡수셨다

 

친정어머니는 미국, 카나다에 사는 2,3,4,6째 딸들이 보내준

생일 카드와 각종 우편물을 아버지께 보여드린다

그리고 옛날 결혼사진 가족사진

그리고 배우같이 멋있는 젊었을때 사진등 10장 가까이

보여드리며 그 당시의 추억을 상기시켜 드렸다

 

머리맡에 두고 보세요 한다

아버지께서는 다 보시고 나서

여기서 봤으면 됐지 하시며

병원에 두지 말고 집에 가져가라고 하셨다

사진 보며 과거 생각이나 하는게 뭐 좋겠냐고...

 

친정어머니와 아버지께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시는 동안

나는 아버지 안마와 스트레치 등 물리치료를 해드렸다

어이쿠 시원하구나 뭘 알고 (지압)안마하는 거 같구나

아버지 말씀에 나는 신이나서 척추 맛사지도 하고

팔과 어깨를 늘였다 폈다 해드린다

 

그때 휠체어에 할머니를 태우고 누군가 산책을 나왔는데

104세 라고 했다. 양반집 할머니 인상인데 귀는 좀 어둡다고 한다

그래도 간병인 말은 잘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을 보였다

그냥 보기에는 90세도 안돼 보이고 별로 아픈사람 같지도 않다

100세하고도 4세를 더하는 나이니 어쨋던 대단하게 보였다

 

아버지 담당 간병인이 옥상에 왔기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께서 요즘도 운동을 열심히 하시고

자발적으로 몸을 움직이려 애를 쓰신다고 좋다고 한다

얼굴도 전보다 좀 넓어지신것 같다

얼굴만 보면 환자 같지 않으시다

 

아버지의 같은방 바둑친구 할아버지는 그렇게 정정하시던 분이

병세가 나빠져서 경희의료원에 입원하기 위해 퇴원해서 안계셨다

바로 옆 할아버지도 나빠져서 중환자실로 열흘전에 갔다고 한다

걷지도 못하고 오줌줄을 매달았던 다른 할아버지는

이젠 걷고 멀쩡해지셨다

병실 안이 생과 사의 현장인 것 같다

 

친정어머니가 또 아버지께 집에 가십시다 하고 권했다

아버지께서 안간다고 하시면서 말씀하셨다

여기가 내집이라 생각하면서 살기로 했어....

 

......아버지께서 생각을 많이 하신것 같다.....

생과 사의 현장에서 노인네가 너무 철학을 많이 하신게 아닐지....

안그래도 병원이 고려장이라고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라고 하셨는데....

 

그러나 내 가슴은 자꾸만 먹먹해진다....

아버지가 불쌍해 죽겠다....

 

집에와서 오늘 지난 일들을 생각하니

자꾸만 목이 메인다...눈물나 죽겠다

 

조금씩 조금씩 뭔가 진도 나가는것 같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