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 지혜

아기 안아주기

이예경 2009. 12. 20. 00:26

아기는 많이 안아줘야 합니다. 더구나 안아달라고 요구할 때에는 지체 없이, 이유를 묻지 말고 안아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따져보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아기는 임신기간 10개월 동안 엄마 뱃속에 있다가 출산 후 밖으로 나오는데 그 후에도 계속 엄마와 피부 접촉하기를 희망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엄마와 피부를 맞대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 지는데, 생물학적으로 해석을 하더라도 엄마에게 안겨 있으면 편안할 뿐만 아니라 외부의 위험으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생존의 목적도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아기의 안기고 싶은 본능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고등 포유동물은 물론, 아니 포유동물 대다수에서 나타나지요. 원숭이나 침판지 등은 엄마가 안아주기도 하지만 아기가 손으로 엄마 몸의 털을 꼭 잡고 있거나 엄마 등에 붙어서 사는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위험이 생기면 엄마는 자신에게 붙어있는 아기를 매달고 쉽게 도망 칠 수도 있구요.

사람아기에게도 생후 4,5개월까지는 파악반사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아기 손바닥에 아무 물체나 닿으면 아기가 반사적으로 손을 오므려서 그 물체를 잡는 무조건적 반사입니다. 이런 반사는 아기가 엄마한테 붙어 있을 때 사용될 수 있는데 수백만 년간의 진화 과정에서 성인 또는 엄마의 몸에서 털이 다 없어졌기 때문에 아기들은 파악 반사를 이용하여 엄마한테 붙어 있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포유동물을 아기/엄마의 관계에 따라 두 종류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하나는 안고 다니는(carry, 캐리) 타입이고 또 다른 하나는 보관하는(cache 까쉬=불어 cacher) 타입입니다(Nicholas Blurton Jones). 사람, 원숭이, 침판지 등은 캐리 타입이고 소, 말 등은 까쉬 타입입니다. 이런 동물들은 엄마와의 피부접촉기간도 다르지만 젖의 성분이나 소화속도도 다릅니다. 캐리 타입은 젖이 소화가 빨리 되고 자주 먹는 반면, 까쉬 타입은 소화 속도가 느리고 덜 자주 먹는다는 특징도 알려졌습니다.(사람에게 소젖이나 다른 동물의 젖을 먹이지 말라는 또 다른 이유의 하나이지요)

포유동물 중에서 엄마와의 피부접촉에서는 캥거루가 가장 특이합니다.(다음호에 나옵니다).


또 다른 이론으로는 출생하는 신생동물의 성숙도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많이 보는 개나 가축, 심지어 사슴까지도 출생 후 거의 즉시 일어나서 걸어 다닐 수 있습니다. 이렇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위험이 가까이 다가올 때 엄마에게로 가거나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에 비하여 사람은 어떠합니까. 아무리 빨라도 생후 10개월이 되어 아기가 기어 다닐 수 있게 될 때까지 아기는 거의 움직일 수 없고 위험이 닥쳐와도 위험을 피하기는커녕 엄마를 쫓아 갈 수도 없는 신세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신세를 알아서라도 엄마에게 안기어서 안전하게 살고 싶은 것이지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출생 후 10개월쯤이 엄마 몸에서 출산하는 적절한 연령이라고 주장합니다(Touching, A Montagu). 즉 다른 동물처럼 사람도 기어서라도 움직일 수 있을 때 출산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임신 10개월 + 길 수 있을 때까지의 10개월 = 즉 수태로부터 20개월의 임신기간 후에 출산하는 것이 마땅하며 그 때쯤 다른 동물과 비슷한 성숙 상태에서 출산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인간 신생아의 뇌가 너무 크게 자라서 출산이 아주 힘들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수 백 만 년의 진화과정중 인간이 직립하게 되면서 여성의 골반 크기가 작아진 것도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을 인정한다면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아주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고, 따라서 엄마 배속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엄마는 아기를 항상 안아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아기가 정상적으로 성장, 발달 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요.

이런 이론들을 종합해보면 사람 아기는 많이 안아 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 아기가 안기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안아줌으로써 아기는 안정감을 느끼고 보호 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정상으로 자라게 됩니다.

 

반드시 안아 주기보다 어떤 형태로든지 피부접촉을 하는 걸 아기가 좋아하면 안아주는 대신 피부 접촉을 해도 좋습니다. 또는 안아 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 예를 들어 아기의 체중이 너무 무겁거나 엄마가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는 다른 방법으로 피부접촉을 해 줄 수 있습니다. 아기가 아주 작을 때에는 엄마 배위에 아기를 엎드리게 할 수 있고 슬링이나 띠 같은 도구를 사용해서 안아주거나 업어 줄 수 있습니다. 2세가 넘은 아기라면 앉아 있는 엄마 등에 붙어서 엎드리듯이 있게 하거나 설거지할 때 엄마 다리를 두 팔로 안고 있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기가 좋아한다면 엄마랑 둘이 얼굴을 보고 가까이 누워서 노래를 불러주어도 좋습니다. 핵심은 아기가 엄마피부에 바짝 붙어 있고 싶어 하는 것이니까 엄마가 창의성을 발휘하고 또 아기 개인마다, 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니까 현실적으로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가 보기에 너무 많이 안아달라고 요구한다고 하는 경우에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면 아기 때부터 엄마가 별로 안아 주지 않았던 경우가 많더라구요. 따라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 아기를 안아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산아의 경우 캥거루같이 엄마피부에 아기를 알몸으로 붙쳐 놓으면 건강상태도 좋아지고 체중증가도 빨라진다고 합니다. 또한 소아과외래에서 심리,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엄마에게 끌려오는 아이들의 상당수는 그냥 많이 안아 줌으로 문제가 완화되거나 없어지기도 하는 걸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아기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 안아 주지 않고 키우는 모양입니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애기를 많이 안아주면 손을 타게 된다면서 많이 안아주지 말라고 하지만 이는 자연을 거스르는 주장일 뿐입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포유동물은 손을 타는 정도의 엄마-아기 밀착이 있어야 됩니다.


언제까지 안아주나. 그건 전적으로 아기에게 달렸습니다. 두세 돌이 지나고 안아달라는 요구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안아달라는 요구는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 합니다. 따라서 아기가 해 달라는 대로 해주면 되는 것이지요.

 

아하...이 글을 읽으니 생각나는 장면이 있어요
제 아이는 태어나서 늘 제 머리카락을 손가락 사이사이에 쥐고 잡아뜯어서
저는 이불을뒤집어쓰고 자느라구 숨막혀 죽을 뻔 했답니다.
그 행동이 아마도 인류가 털이 없어지기 전부터 있던 엄마털붙잡고 매달리기의
본능인가봐요? 갑자기 제 아이가 새삼 귀여워집니다.
그걸 저는 "얘는 어떻게 엄마 머리를 쥐어뜯나 그래..."하며 도망을 다녔지요.
머리를 쥐어 뜯을 땐 그냥 덥석 품에 안아 줄 것을 그랬네요.
 
정신건강 전문 교육자이자 상담가인 캐서린 키팅은
책 ‘포옹할까요’에서 포옹의 특별한 힘과 장점들을 두루 얘기하고 있네요.

△포옹하면 기분이 좋다.
△두려움을 이길 수 있다.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
△어깨와 팔 근육이 강해진다.
△술이나 담배보다 건전하다.
△누구든 포옹할 수 있어 민주적이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아 환경친화적이다.
△단열 효과가 높다.
△특별한 도구가 필요 없고 장소에 구애받지도 않는 등 휴대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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