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 지혜

캥거루와 사람 이야기

이예경 2009. 12. 20. 00:18

 
49-091204.jpg

캥거루 새끼는 약 6주간의 임신기간 후에 털이 하나도 없는 미숙한 상태로

자궁에서 나오는데(출생), 출생 시 길이 2cm 정도, 무게는 1gm미만이다.

 

이렇게 태어난 미숙아 새끼 캥거루는 엄마배위를 혼자 힘으로 기여서

엄마 배주머니(파우치)로 들어간다.

그리고 캥거루 종류에 따라 파우치 안에서 8개월 - 1년 동안 살아간다.

파우치 안에는 총 4개의 젖꼭지가 있는데 그중 신생 새끼를 위한 초유가 나오는

젖꼭지가 한 개 있어서 신생아 캥거루는 이 젖꼭지에서 영양분을 섭취하면서

파우치 안에서 안전하게 생활하는 것이다.

 

아기 캥거루가 털이 나고 상당히 자란 다음에는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처음에는 아주 짧은 기간만 나오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와 있는

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엄마젖을 먹는 기간은 대개 18개월쯤 된다.

 

아기 캥거루가 파우치에서 나오기 전에 동생을 볼 때도 있는데 이때 동생도

파우치로 들어와 초유가 나오는 다른 젖꼭지에 붙어살게 된다.

그때쯤에는 언니 캥거루는 자주 밖에 나들이를 하게 될 것이다.

즉 미숙하게 태어난 캥거루는 엄마배의 파우치라는 안전장소에서

피부접촉은 물론, 아주 안전한 상태로 수개월을 지나고 그 후에도

 점차적으로 외부에 외출하면서 적응기간을 갖고나서 독립적으로

건강하게 살아남는다. 


비교적 미숙한 상태로 출생하는 것은 사람도 이와 비슷하다.

즉 인간 신생아도 자신의 힘으로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출생하고,

엄마나 타인의 존재가 없으면 아무것도 혼자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위험이 닥쳐와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사람은 여러 종류의 포유동물 중에 캥거루다음으로 미숙한 상태로

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인간 신생아가 혼자서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 아기가 도망갈 수 있는

시기는 아기가 혼자서 기어 다니는 9,10개월쯤부터이고 이론적으로

이때가 출생 적기라고 주장한다.

다만 그때까지 엄마 자궁 속에서 자란다면(임신 20개월?) 다른 동물에 비해 머리(뇌)의

크기가 너무 커져서 출산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진화과정에서 직립으로

생활하게 되어 그 결과 여성의 골반이 좁아지게 된 것과도 유관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수 백 만년 오랜 기간의 진화과정을 통해 인간 신생아는

임신 10개월 만에 비교적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숙한 상태이니 출생 후 상당기간 캥거루의 파우치 같은 보호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엄마에게 파우치가 없으니 그 비슷하게 아기를 보호해야할 것이다.

바로 그것이 엄마와 아기의 피부접촉/안아주기이다. 그래서 아기 캥거루처럼

 엄마 자궁속의 생활을 어느 정도 연장시켜야 잘 살아 남는 것이다.

하루 종일 ‘껌같이’ 엄마에게 붙어 있으려고 하는 아기는 이러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럼 언제까지 이런 파우치를 아기에게 제공해야 하는가. 가장 정확한 답은

 ‘아기가 원할 때까지‘일 것이다. 그러나 발달과정을 보면 대략 생후 3년까지

엄마가 안고 다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그 전에 잠간씩 아기를 떼어 놓을 수는 있지만 대개는 엄마 곁에 바짝 붙어

 있는 게 정상으로 생각된다. 만 3세라면 잘 움직일 수 있어서 위험이 감지되면

엄마에게로 갈 수 있고, 또 엄마와 타인을 구별하고 낯 설은 사람이나 환경을

알아보고 불안해하면서 엄마를 찾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살아남을 수가 있는 것이다. 

안아달라고 하는 아기를 안아주지 않는 것은 캥거루 새끼를 엄마 파우치 밖으로

강제로 끌어내는 것과 같다.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고 준비가 덜 된 캥거루

새끼를 너무 이르게 밖으로 내치면 생명의 위험을 받을 수도 있고 심각한

발달상의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최근에는 소아과의 신생아학 영역에서 캥거루 케어(kangaroo care)룰 많이

실천하고 있다. 캥거루 케어란 미숙아를 기저귀만 채운 채로 엄마 가슴 쪽

피부에 밀착시켜 놓는 것을 말한다(사진 참조). 이렇게 하면 미숙아가 질병에

덜 걸릴 뿐 아니라 체중증가 속도도 빨라져서 신생아실에서 일찍 퇴원할 수도 있다.

물론 호흡기 등의 기계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어느 정도 건강한 미숙아만이

 캥거루 케어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다른 동물에게서도 배울 때가 있다.

 

오른쪽 사진에서
하나있는 어미 캥거루 초유젖꼭지를 빨고있는 2cm정도 신생캥거루(빨간색)
희한하게 4개 젖꼭지 중 하나만 초유가 나온다는데..
어찌 찾아서 물까?
오묘한 창조의 섭리-놀라워라.

'할머니의 육아 지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기 안아주기  (0) 2009.12.20
캥거루 캐어  (0) 2009.12.20
아기 재우기와 잠투정  (0) 2009.12.20
갓난아기 엎드려 재우기  (0) 2009.12.19
할머니의 육아지혜 - 아기울음  (0) 2009.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