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 지혜

아기 재우기와 잠투정

이예경 2009. 12. 20. 00:00

잠이 드는 과정은 우리 어른들이 잘 알다시피 감각이 무디어지는 과정을 지난다. 시각, 청각, 촉각 등이 점차 둔해지고 그러다가 잠에 빠져 들게 되는 것이다. 어른들, 특히 불면증의 경험이 있는 어른들은 이러한 감각 둔화 느낌을 좋아하기도 한다. 수면이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기들은 오늘이 지나고 나면, 다시 말해 잠을 자고 깨어나면 내일이 온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언제쯤에 아기들이 내일의 개념이 생기는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약간의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대개 만 3세가 되면 어느 정도 내일의 개념이 생기거나 이해하게 된다는데 동의한다.

아직 내일의 개념을 확실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엄마가 느껴지지 않고 시각, 청각 등이 멀어질 때 이를 엄마가 없어지거나 엄마를 잃어버리는 걸로, 아니면 세상이 끝나는 걸로 느끼는 것이다. 이는 아기에게 아주 불안한 일이고 이에 저항하고 버티려고 하게 되는 것이다. 잠은 쏟아지는데 불안하고 기분이 좋지 않으니 떼쓰고 울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잠투정이다. 자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아기도 있고 졸린데 눈까풀을 손가락으로 위로 치켜 올리면서 짜증을 내는 아기도 있으며 평소에 하지 않던 이상한 행동을 되풀이 하는 아기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잠이 올 때 아기가 느끼는 불안감을 엄마가 다독거려 주어야 한다. 따뜻하게 엄마 품에 안고 자장가를 불러 주고 안심을 시켜주고 언제나 엄마가 곁에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업고 재워도 좋다. 제일 좋은 것은 아기를 토닥거리면서 노래를 불러 주는 것이다. 고대에서부터 자장가는 이렇게 잠드는 아기의 불안감을 완화해주기 위해 만들어져 왔다. 최근 자장가를 불러주는 엄마의 수자가 과거보다 현저하게 줄었다고 생각되는데 이는 아기를 위해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이 바쁜 세상에 어떻게 매일 밤 자장가를 불러주느냐고 반문하는 엄마들이 많다. TV드라마를 포기하고 잠드는 아기 옆에서 토닥거리고 자장가를 불러주며 자신도 행복감을 느끼는 엄마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아기 혼자 잠들게 하는 것은 만 3,4세경, 비교적 언어 소통이 이루어지고 분리 불안이 줄어든 다음에 할 수 있다. 이때에도 아기가 잠들때까지 어른이 같이 곁에서 동화책을 읽어 주거나 옛날얘기를 해주는 등 잠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안정감을 심어주고 아기가 잠이 들은 후에 방을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할머니나 다른 식구, 하다못해 동생, 형이 있어서 같이 잘 수 있다면 훨씬 도움이 된다.

 

그리고 아기가 잠을 잘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옆방에서 텔레비전을 크게 틀어 놓고 아기에게는 우유병을 주어서 혼자 우유병을 빨면서 잠들게 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그건 아기를 순간적 고아로 만드는 것에 해당된다.

 

미국에서는 신생아 때부터 다른 방에 아기를 재우는 것이 관습인데, 예를 들어 9시가 되면 아기가 졸리지 않아도 ‘나이, 나이’하며 엄마는 불을 끄고 방을 나와 버린다. 그리고 엄마아빠는 포도주를 마시며 즐기는데, 이때 아기가 울거나 엄마를 불러도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기는 곰 인형이나 아기 담요를 얼굴에 대고 혹은 손가락을 빨며 무서움, 불안감과 혼자 싸우며 자기 위안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정작 만 3,4세가 되어 혼자 움직일 수 있을 때에는 자기 침대에서 내려와 부모님 침실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아서 수면 문제가 생기고 부모님들이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아기가 잠을 깊이 잘 수 있도록 약물을 처방받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결코 우리가 배우면 안 되는 비인간적 습관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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