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아버지 전화

이예경 2009. 10. 26. 01:19

저녁 11시인데 아버지가 전화를 하셨다

엄마가 9시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는데 아직도 들어오질 않는구나

어디 갔는지 알아보고 내게 전화해다오

 

그래서 1006호 할머니댁에 가신거 아닐까요 했더니

벌써 경비실에 부탁해서 알아봤고 거긴 안왔다고 하더라 하신다

 

쓰레기 버리러 갔다가 이웃을 만나 벤치에서 이야기를 하실 수도 있으나

엄마가 기운도 없는데 밤중에 집을 못찾아  못들어 올수도 있다고 아버지는 걱정 하셨다

나는 절대 그런 일은 없으니 안심하고 기다리시라고 곧 오실거라 했다

아무래도 지나친 걱정 같다

 

11시반에 전화해보니 아직도 안들어왔다고 걱정이시다

아버지는 노인이 자식과 함께 살아야 정상인데 무슨 대책이 있는가 물으셨다

 

나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으니 여건이 안되고

다른 딸과는 성격이 안맞아 절대 같이 못살겠다고 어머니가 그러시니

아버지 계신 요양병원에 같이 계시면 어떻겠느냐 여쭈니

안그래도 이번에 같이 가자고 권해보셨단다 그런데 다음에 가겠다고 하시더란다

하여튼 어머니가 기운이 없으시니 걱정은 걱정이다

 

그런데 12시가 되자 아직 안들어왔다고 다시 전화를 하셨고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염려를 하셨다

"그렇다면 혹시 다른 방에서 주무시는지 확인해보셨나요 이미 들어오셨는지도 모르쟎아요" 했다

"그렇구나 내가 찾아볼테니 다시 전화하자"

잠시후 아버지가 다른 방에서 엄마를 찾았다고 하시며 엄마를 전화로 바꿔주었다

 

잠결에 아버지가 딸 전화를 받아보라해서 일어났다고 하시며

엄마는 아버지를 이해못하겠다며 아버지가 화장실에 계실때 엄마를 찾을까봐

미리 쓰레기 버리고 온다고 말하고 다녀왔다며 치매 같다고 그러신다

 

내생각에는 얼마전 치매 테스트에서 정상으로 나왔는데 그러실리가 없는 것 같다

아버지는 원래 엄마를 자주 부르시는데 대답이 없으니 잠시 걱정하셨을 뿐이지

하여튼 결과적으로는 착각때문에 가슴 두근거리며 밤중에 전화를 많이 한 셈이다

'노인의 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와 예배  (0) 2009.12.03
고향생각  (0) 2009.11.21
그런건 제가 못참아요  (0) 2009.10.26
다음엔 저녁밥 먹고 갈게요  (0) 2009.10.25
요양원에서 탈출하신 어머니  (0) 2009.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