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고향생각

이예경 2009. 11. 21. 03:15

그 곱던 단풍들이 반은 떨어져 땅바닥까지 만추의 빛으로 포근한 날이었다

오후에 집을 나섰던 고로 3시에 도착하니

아버지께선 물리치료실에서 나오시는 중이라 1층 복도에서 마주쳤다

엄마가 먼저 달려가니 아버지가 활짝 웃으신다

 

5층 휴게실로 자리를 옮겨 미국할아버지가 카피해서 보내준 편지를 보여드렸다

또 사정이 안좋다고 돈을 보내달라는 기삼의 편지다

기삼은 형제들이 40대에 세상을 뜨니 좀 그렇다며

자기도 폐병으로 건강이 안좋아 걱정된다고 도와달라 하였다

그러면서 미국 삼촌은 족보에도 올라있는데 자기들에게는 연락조차 없으니

친척 맞냐고 너무나 섭섭하다 하였다

네형제 중 혼자 생존해 있는데 병 중이니 딱하기도 하다

 

지난 2월에는 필모할아버지께서 500불을 은행으로 송금해 주셨다한다

기삼은 3월에 300불을 찾았고 9월에 200불을 찾았는데

한번에 다 찾지 못한 이유는 그곳 은행의 정책 상으로는

송금액이 얼마던 한번에 300불씩 6개월 간격으로 인출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수료가 1/4 이라고 하였다...어쨋던 300불이 거액인가보다

....100~120불 정도면 일년을 살 수 있는 액수라는게 맞는 말인듯 싶다

 

삼촌은 김정일이 죽기전에는 송금 같은거 해주기 싫다고 하셨댄다

송금액이 모두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 결국 정일을 돕는게 아니냐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중간에 잘리더라도 어쨋던 몇푼이라도 전달되면

결국 친척에게 도움이 될테니 계속 송금하고 싶으시다

고향생각을 할때는 아주 절절한 마음으로 뭐든 도움되려하신다

아버지는 돌아가시면 우선 고향부터 가실 것 같다

 

...어쨋던 기삼은 오죽하면 그런 편지를 했을까 싶다

일단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으니 어디라도 도움을 구하고 싶을 것이다

오죽하면 90을 바라보는 병환 중인 큰아버지한테 그런 편지를 했을까

아버지가 몇해전에 중국에서 만나 성금을 건네주었는데도 말이다

 

하여튼 산뜻하게 풀기가 어려운 문제이고

문제 자체가 어렵고 여러가지 의견들이 있다

 

5시에 저녁식사시간이라 게반찬을 드리고

엄마가 채썰은 마늘장아찌랑 깎아오신 사과를 드렸다

 

병원을 나서는데 간병인 아저씨가 우리에게 말했다

가족들 다녀가고나면 아버님이 얼굴이 어두워집니다

. . . . . . . . . . . 

 

돌아 오는 길에 진주에 들려서 엄마랑 서둘러 이른 저녁을 먹고

부랴부랴  과천에 돌아왔다

저녁을 차려 잠들어 계신 시어머니를 깨워 진지 잡수시라 했다

 

세 노인이 내년에는 87, 87, 86세가 되신다

.....건강이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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