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노인의 마음

이예경 2009. 7. 31. 18:16

아버지께서 노인병원을 옮기고 싶다며

다른 곳을 수소문해 알아보라고 하셨다

 

간병인이 조선족인데 남자고등학교 교사였다는 중년남자로

얼굴에서 권위주의를 풍기는 신체건강하고 체격좋은 무뚝뚝한 사람인데

말대꾸 잘하고 표정이 어둡고 서비스정신이 없다고 하셨다

머리로 이해는 가는데 심신이 너무 불편하다는 거였다

 

일산 쪽이라고 구체적으로 말씀하시므로

나도 인터넷 검색하여 일일이 웹사이트를 방문해보고

전화로 알아보며 밤을 새워 8군데를 물색하였다

 

지난 수욜엔 카나다 여독도 안풀린 어머니를 모시고 동생과 셋이

요양병원 다섯군데를 가보고 일일이 면담하느라  종일 걸렸다

파김치로 귀가하여 요양병원 방문했던 곳들을 다시 곰씹으며 식구들 저녁 해주고서

어머니와 한시간 넘도록 정화로 의견조정하여 그 중의 한 군데를 정했다 

 

정발산 역에서 도보 5분, 효성요양병원.....

호수공원에 산책갈 수 있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거리에 사람도 다니고 식당에도 골라 갈 수 있고

사람구경이 그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금욜 오늘엔 옵빠를 동반하여 어버지 계신 병원을 방문했다

휠체어, 쿠션달린 롤러 보행기, 욕창방지 매트, 옷가지에 소지품들....

그 이삿짐들을 나혼자 옮기기엔 너무나 벅찬 품목 들이기 때문이다

오는 길에 어머니 아버지까지 4명을 차에 태우면 짐은 실을 자리가 안되니

어머니께 양해를 구하여 집에서 기다리시라고 했다 

 

옵빠가 운전하는 동안 차창을 내다보면서

지난 10개월간 다니던 친근한 길이 오늘로 마지막 방문이 되겠다 생각하니

바깥 풍경과도 작별하는 맘이 들어 웬지 다르게 보이는거 같다

80키로나 떨어진 곳을 지난 10개월간 줄기차게도 다녔다

 

병원측에는 미리 퇴원수속에 필요한거 해달라고 연락을 했다

계산서, 처방전, 의사소견서, 한달치 약...등

미리 말했으니 간병인이 아버지 세수도 씻기고 신경을 쓸 것이다

 

아버지를 병실에서 뵈니 예상대로 신수가 훤-하시다

새로 이발하고 얼굴이 아주 깨끗하시고 반짝반짝 맛사지라도 하셨나?

"와우, 아버지, 깔끔하고 멋있어요. 보기 좋으시네요" 하니 껄껄 웃으신다

"지난 주에 왔을때 니가 병원에 뭐라고 했니? 큰 영향을 주었다

너 간 뒤에 달라진게 아주 많단다"

 

간병인이 남자에서 아주머니로 바뀌었는데

부지런하고 깔끔하고 부드러운 성격이고 자주 씻겨주고 아주 잘해준다고....

의사며 원장님이며 간호사들이 부지런이 병실에 들러 신경을 써준다고....

물리치료실에도 물속으로 걷기연습하는 기계를 새로 들여놓아서

매일 30분씩 해보니 아주 좋다고.....

한마디로 일기예보가 "쾌청"이시다

 

아버지께서 내준 숙제를 다 했는데 

말씀대로 일산에 알아보았고 맘에 드는 곳을 정했고

일단 집에 가서 한달 계시고 싶다고 하신대로

오늘 퇴원수속 준비해 놓았고 큰사위랑 모시러 왔다고 하였더니

 

"그냥 여기 더 있겠다"고 하신다

농담이신가 했더니 아니라고 한달 후에나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이 더위에 집에 있는거 보다는 병원이 더 시원하고 편할 것 같다고...

간병인이 바뀌어 이제는 병원이 아주 편안하고 좋다고....

그러나 한 달 후에 일산으로 갈 지도 모르니 알아본게 헛수고한 것은 아니라고....

 

내가 뭔 말을 하랴....

환자시니 화를 벌컥 낼 수도 없고.....해서 꾸욱 참다가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아버지 편하신 대로 하세요..."

내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내색도 못한다.

 

어머니께 아버지는 집에 안가시니 준비에 신경쓰시지 말라고 연락하고

병원 원무과에는 계속 머물것이라 말하고

한달치 병원비를 지불하고 돌아왔다

 

옵빠는 무거운 짐을 나를 일이 없어져

웬지 헛탕친 기분인 모양이고 난 괜히 미안하다

 

어쨋던 아버지가 편해지셨다니 기쁜 일이지

나쁜 일은 아니다

 

오죽하면 옮긴다고 하셨을까

내가 아버지를 이해 해야지....

 

이랬다 저랬다 수시로 변덕을 부리는것이

노인들 특징 중의 하나라던 말이 생각난다

 

날씨는 왜 이리 더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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