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요양병원에 아버지를 뵈러갔더니....

이예경 2009. 7. 23. 23:30

어제 수욜에 나 혼자 아버지를 뵈러갔다

지난 2일에 카나다로 여행 가신 어머니가 27일 귀국 예정이기 때문이다

오후 1시에 병실에 들어서니 다른 할아버지들은 이미 식사가 끝났고

아버지만 고개를 숙이고서 반 정도 잡수셨고 열심히 계속 잡숫고 계시다가

내가 옆에 조용히 가서 앉으니 쳐다보고 놀래신다

 

그런데 얼굴을 보니 어이가 없다

눈에는 눈꼽이랑 말라붙어 좁쌀보다 큰 덩어리가 너댓개씩 속눈섶에 붙어있다

얼굴에도 때가 낀것 같고 머리카락도 윤기가 하나도 없이 거실거실한데

머리바닥엔 커다란 비듬덩어린지 각질인지 모래를 뿌린것 같다

발에서도 꼬랑내가 나고 ....정말 너무하다 싶었다

 

식사중이었지만 내가 물수건으로 얼굴과 눈을 찬찬이 닦아드리니

눈꼽세개가 딱딱하게 말라붙어 잘 안떨어진다

식사나 끝나면 하라고 따겁다고 고만하라고 짜증을 내셨다

그래도 식사는 계속 하셨고

식후에는 잘 익은 수밀도를 드렸더니 잘 잡수신다

 

식후에 5층 휴게실에 가서 컴퓨터 육자매홈피를 열고 앨범을 보여드렸다

사진은 또 보셔도 항상 즐거워하신다

애들 사진 카나다에 도착하여 세 딸과 그가족에 둘러싸인 어머니 모습....

아버지께서 다들 어찌 지내는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장마가 끝났는지 밖이 하도 뙤약볕이라 현관 로비에 내려갔는데

환자들 다섯명이 모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빈자리가 없다

5층 휴게실에도 서너명이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어디나 사람이 많다

 

할수없이 상담실 의자를 밖에 꺼내놓고 내가 앉았고

아버지는 휠체어에 그대로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이야기를 요약하면 병원을 옮겨야 되겠다고 하신다

 

작년 9월에 왔을 때는 요양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비우고

책도 보고 사람도 사귀고 하면서 6개월이 어느새 지나간것 같은데

10개월이 지난 지금에는 달라진게 많다고 하신다

 

시력이 나빠져서 책을 읽을 수가 없고

보행기를 끌고 걸어다니기도 얼마 못하고 기운이 없고....

인생의 즐거움이 많이 줄으신 거 같다

 

남자 간병인이 직무를 소홀히 해서 여러번 주의를 주었고

큰소리를 내보기도 하고 병원측에 건의도 하였으나

서비스가 달라진게 없고 성의가 없어 불편함이 많다고 하신다

 

아버지의 희망사항은 딸네가 가까우면 좋겠다고 하신다

너무나 사람이 그립고 가족들이 보고싶으시다고 얼굴에 써있다

 

요즘은 병원생활이 너무나 힘들다고 하신다

그런데 요양원을 옮기기전에 일단은 집에서 1-2개월 머무르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간병인을 우선 구해보라고 하셨다

집에 가시면 게을러지는게 문제인데 그건 신경을 써야지 하신다

그러나 병원에서 처럼 규칙적인 식사와 물리치료 같은건 어려우실 것이다

 

아무래도 간병인은 꼭 필요할것 같다고 하신다

침대에서 화장실 가기와 식탁까지 혼자 가는 것은 할 수가 있으나

용변에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하신다

하루에 기저귀를 10개 쓰시는데 체격이 크셔서 쉽지 않다 

 

아버지를 물리치료실에 모셔다 드리고

간호사실과 사무실과 원장실에 들러 상담요청을 했다

일주일에 한번 목욕 그리고 세수는 하루 한번 시켜드린다하는데

오늘 얼굴과 머리카락이 너무 지저분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간호사는 간병인에게 물어보라하고 간병인은 자리를 비웠다

병증세와 보행이 좀 어떠냐고 물으니

원장님이 잘 아시는데 월수에는 휴진이니 다음날에 오라고 한다

내가 어이없어 사무실에 가서 실장에게도 불편사항을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간호실장이랑 총무부장이랑 내게 죄송하다고 개선하겠다고 했는데 .....

잘했는지 담에 꼭 체크해봐야겠다

 

귀가 길 마음이 가볍지 않다...답답하다

아버지의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드려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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