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미국 플로리다의 트윅스 부부는 친딸이 10년 전 출생한 병원에서 뒤바뀌는 바람에 다른 집 딸로 살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 딸을 키워온 부모는 트윅스가 양육권을 포기하고 만나기만 하는 조건으로 친자확인검사를 허락했다. 트윅스는 2년 뒤 딸이 발길을 끊자 양육권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93년엔 딸이 친부모와의 모든 법적 관계를 끊겠다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친부모를 만난 뒤 혼란스러워 공부도 안 된다"는 딸의 손을 들어줬다.
▶1992년 주부 이모씨는 희귀병 진단을 받은 고1 아들의 혈액형을 보고 아이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씨는 아들과 같은 병원에서 사흘 사이에 태어난 23명을 추적한 끝에 94년 친아들을 길러온 집을 찾아냈다. 그쪽 부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였다. 두 부모는 몇날을 함께 고민한 끝에 "대학입시가 끝나면 아이들에게 알려 선택권을 주자"고 했다.
▶7년 뒤 이씨 얘기를 KBS '인간극장'이 전한 적이 있다. 여전히 두 집은 기른 아들을 데리고 살고 있었다. 이씨의 친아들과 기른 부모가 그대로 살기를 원했다. 이씨의 남편도 "친아들이 아니라고 병을 앓는 아이를 버릴 수는 없다"며 소극적이었다. 두 아들은 첫 상견 때부터 덤덤했다. 결국 그리움에 북받친 이씨가 호적을 바로잡는 소송을 준비하자 25세 친아들이 '솔로몬의 지혜'라는 쪽지를 보내왔다. 아기의 목숨을 구하려고 친자식을 포기하려 한 어머니 얘기에 빗대 '친부모를 원치 않는다'는 뜻이었다.
▶나라와 문화를 떠나 뒤바뀐 아기 얘기는 매번 큰 관심을 부른다. 부모와 자식 관계, 천륜(天倫)과 인륜(人倫)을 돌아보게 한다. 친자식을 찾는다고 꼭 해피엔딩으로 가는 것도 아니다. 기른 정과 낳은 정의 무게를 달기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엊그제도 의정부 사는 부부가 16세 딸이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서 병원 측에 아기를 뒤바꾼 책임을 물은 소송에서 7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눈길을 끄는 건, 부부가 친딸을 찾으려고 병원의 당시 신생아·부모 기록을 요구한 부분은 법원이 기각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사생활을 침해하고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각별하고 애틋한 인연이 부모 자식 관계다. 친자식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안 이상 찾아나서지 않을 부모는 없을 것이다. '인간극장' 이씨만 해도 소송을 통해 병원 기록을 얻어냈다고 한다. 핏줄의 천륜을 누가 가로막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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