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청계산
코로나19라는 역병의 영향력으로 우리 주위에는 휴관이거나 일을 쉬는 곳이 많아 오갈데가 줄어 답답하기 그지없는 요즘입니다. 2월 중순의 날씨는 흐리고 아직 쌀쌀하지만 한적하고 맑은 공기를 찾아 집을 나섰어요. 과천 청계산 매봉에 가보기로 합니다.
과천 사그막골에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주차장에는 차가 딱 한대 뿐, 한적하군요~
현 위치에서 좌회전하지말고 내리 곧장 가면 청계산 매봉이 나올겁니다
입구의 다리를 건널 때마다 현실 속세에서 산길로 가는 경계선을 지나는 기분입니다
다리 아래로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있습니다
하늘을 가릴정도로 나무잎이 무성할때 보이지 않던 나무 저편의 풍경이 지금은 고스란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나무 밑둥에 이끼가 무성하게 올라왔군요. 습도가 높고 한동안 영상의 날씨가 계속되어 봄이 코앞에 왔나봅니다.
철이른 고사리과 식물도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시냇물 가를 따라 늘어선 바위들에서도 이끼가 덮혀 있네요. 봄이 이끼를 앞세우고 오는 줄 몰랐습니다.
사철나무인 조릿대나무가 모여 있는 곳 아래에 약수터가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동네사람들의 식수원으로 알려진 유명한 약수터입니다.
약수터 윗쪽의 게시판에는 과천시에서 정기적으로 수질검사를 했던 날짜와 수질검사 결과가 적혀 있습니다
오늘은 합격이네요 그러나 장마때는 가끔 불합격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땐 약수도 정수기를 거쳐 좋은 물이 되지요
오른쪽에 빗자루가 두개가 항상 있는데요. 짧은 것으로는 윗쪽을, 긴것으로는 길을 쓸고 정돈합니다
겨울에는 눈을 쓸고 가을에는 낙엽을 쓸고 여름엔 장마비로 쓸려내려온 흙을 깨끗하게 쓸어냅니다.
약수터에 오면, 누구라 할것 없이 빗자루질을 하고 지나가니 항상 깔끔하게 유지되는가 봅니다.
청계산에 오면 이웃의 향기가 있어 우리를 기분좋은 미소로 바꿔줍니다
약수터의 맞은 편에는 정자가 있고 운동기구들이 많아 심심치 않습니다
이런 곤줄박이 박새 한마리가 날아왔었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습니다. 산이 매우 조용하지만 어딘가 숨어있겠지요.
약수를 마셨으니 힘을 내어 정상을 향해 올라갑니다. 산길은 흙이 안보이도록 온통 낙엽이 덮혀있어 마치 카펫이 깔려있는것 같아요. 매봉 400m 라는 팻말따라 왼쪽길로 가면 가파르고 짧은 길로 매봉에 오르게 되는데 길이 험해서 평소에 잘 안다니지요. 오늘은 직진해서 갑니다
직진하면 다리를 건너 슬슬 오르막이 됩니다. 그런데 숲이 살짝 안개가 낀것 같습니다
이끼낀 나무등걸이 나왔는데요. 지난 여름에는 버섯으로 뒤덮혀있던 것이었어요. 여름 날에는 벌레들이 들끓던 구멍난 몸이었는데 말입니다. 자연에게 몸을 내어주고 여러가지 생물의 서식처가 되고 있군요. 나무는 살아있을 때보다 죽은 뒤에 하는 일이 더 많다던 나무학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울창한 숲이 있을때는 보이지 않던 나무 저쪽이 발가벗은 나무들이 되고나니 능선까지 훤히 드러납니다.
철철이 산에 다녀도 산의 모습이 한번도 같은 적이 없네요. 새로운 모습을 볼 때마다 신선한 충격입니다
오늘은 유난히 이끼가 눈에 띠는데 안개 때문일까요?
오늘은 습도가 높은 날이라 그런지 온통 이끼, 이끼가 주인공인 무대입니다
칡넝쿨을 헤치고 열심히 올라갑니다. 상하 좌우를 모르게 나무를 감았던 칡덩굴도 알몸을 드러내니 비탈진 산이 넓어 보이는군요
숲이 우거졌을때는 시야가 가려서 이렇게까지 경사진 곳이리라 생각을 못했는데 오늘 적나라하게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큰바위를 딛고 커다란 나무가 자라고 있어 볼 때마다 신기합니다. 뿌리가 더러 밖으로 나와있긴 해도 저 큰나무가 어떻게 건조한 바위 위에서 멀쩡하게 살고 있는지요. 나무의 생명력에 감탄이 나옵니다.
과천매봉 전망대가 100m 거리에 다가왔습니다.
문뭔유아숲까지는 1km 거리이고 정부청사역까지는 2.8km 입니다
멀리서 장난감같이 보이던 철탑이 가까이보니 웅장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소나무가 모여사는 매봉 정상이 자욱한 안개로 덮혀있는가 봅니다
이곳 소나무들은 참나무와의 경쟁에서 밀려 능선 일부에만 살게 되었다는 곳입니다
청계산 매봉 정상이 해발 369.3m 라고 비석에 새겨져 있네요
그러나 안개의 바다 한가운데 있으니 전망대 어디서도 전망을 볼수가 없군요ㅠㅠ
철탑에서 아랫동네로 가는 고압선 굵은 전깃줄도 안개속에 파묻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맑은 날엔 아래와 같이 보이는 전망대랍니다.
2월 초 어느 맑은 날에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모습입니다
맑은 날과는 다르게 안개속 소나무들은 그윽한 아름다움이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귀가길 내리막길입니다. 미끌어질까봐 조심조심 내려갑니다
지난 가을까지 나무등걸에서 자라는 다년생 버섯이 아직도 붙어있습니다
중턱보다 위로 약수터가 또 나옵니다. 수질검사표는 없지만 물맛은 아주 좋습니다.
안개가 끼면 시야가 가까워 새들이 날지 않는 걸까요 새는 한마리도 못보았고 새소리도 전혀 듣지못했습니다
하산하여 속세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넜습니다. 산에 올 때마다 새로운 풍경에 감탄이 나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이끼였구요. 앙상한 가지사이로 나무 저쪽의 풍경 비탈진 능선이 드러난 것이 새롭고 인상적이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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