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여름휴가 셋째날에

이예경 2013. 7. 22. 11:41

 

 

간밤에 푹 잤더니 아침일찍 상쾌하게 일어났다.

"산보갑시다". "네". "애들도 데리고 가요". "그럽시다". 

노부부는 주거니받거니 합심해서 손주들을 데리러 갔다

그런데 손주들은 핸드폰으로 게임하느라 바쁘다

 

""얘들아 아침산보 가-자~

해봤지만 게임하는데만 눈을 붙이고 건성으로 "안가요" 란 대답이다

이유는 어제 수영을 많이해서 힘든데 산보다녀오면 발목이 아플거같대나 뭐래나

할아버지는 손주들이 따라나서지 않으니 또 난감해서 어쩔줄을 모른다

 

동화책도 계획대로 못읽어주었는데 아침산보도 안따라오면 애들한테 뭘 가르친단 말인가

얼굴에 그렇게 쓰여있다. 자기애들 같았으면 어림도 없다.

혼내서라도 일으켜세워 산보를 데리고 나왔겠지만

어쩌다 만나는 손주들에게는 그럴 수가 없다 .....인심잃는것이 싫어서겠지

 

"그냥 우리끼리 가요~"

내말에 따른다기보다는 다른방법이 없어서 둘이만 살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초록으로 덮힌 밖은 예상대로 상쾌하고 가슴이 시원하였다

건물 끝에서 좌회전하여 오르막으로  한참 올라가서 다니 죄회전하니 건물 뒷산이 나왔다

벽돌이 깔린 길이 잘 다듬어져있고 중간 몇군데 운동기구도 설치되어있다

중턱의 왼쪽에 꽃받, 채마밭을 가꾸어 열매가 조롱조롱 달려 애들 자연공부하기 좋았다

손주들 데리고 왔으면 정말 좋을뻔 했는데....내가 자연공부 잘했다

 

 

 도라지꽃 

 

 

 

 가시오가피는 잎줄기에 뾰족한 가시가 잔뜩 붙어있고 잎사귀가 다섯개씩 붙어있어서 그런 이름인가보다

잎사귀를 뜯어서 씹어보니 한약같이 엄청 쓰다. 쓴맛은 어혈을 녹이는데.....여러개를 뜯어서 먹어보니 첫맛은 써도 끝맛이 달다

 

 

 

 

 

 

 

 

 

 

 뒷켠에 방울도마도가 주렁주렁........... 앞에는 가시오가피나무가 숲을 이루고

 

 수염이 멋들어지지요

 

 보이나요? 풋고추가 주렁주렁

 

 이건 뭔지 모르겠네요...아시는분 갈켜줘요

 

 방울도마도

 

 

 고구마.....

 

 

 가지가 꼬부라졌어요

 

 블루베리 나무인데 열매는 아직이네요

 

운동기구에서 이것저것 해보고 팔다리를 휘둘러보고 있는데 뜸하기는 하지만 멀리서 산책오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

역시나 모두 머리 허연 노인네들이었다 아이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이게 이동네의 현주소인 듯하다

 

운이 좋았던건지 나빴던?건지....내려오는 길목에서 동물의 왕국에서나 보던 광경을 목격하였다

뱀을 본 것이다  손가락 굵기였지만 길이는 50센치 정도 시커먼 S자가 풀밭과 인도 경계선에서 인도쪽으로 구블구불 간다

나는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꺄악!" 비명이 나오고 말았다

남편은 반사적으로 뭔가 뱀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동을 했던것 같다

 

뱀은 순간적으로 방향을 돌려 풀숲 쪽으로 되돌아 들어가더니 멈추어서 사람들의 동정을 살핀다

그런데 사후약방문인데......쫒고 보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라도 찍어 둘껄....카메라를 3대나 메고 있었는데....

"그걸 무조건 쫒으면 어떡해요 사진이나 한방 찍고 쫒아도 늦지 않았을터인데...."

나는 책임도 못질 소리가 나왔다...뱀사진을 찍는다고 어디에 쓸건데? 말이다...충동적인 생각이었다

사진 찍다가 뱀한테 물리기라도 하면 어쩔려구? 

 

덕분에 마음과 몸이 긴장된 순간이었으니 정신건강에 좋다

콘도에 돌아오니 아침상을 차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밥에 미역국과 가져온 반찬들...

얼마전까지 내가 북치고 장구치고 음식장만하느라 분주했는데

살다보니 이렇게 손끝에 물한방울 안묻히고도 밥을 먹는 날이 있네......오래 살고볼 일이다

 

이제는 가방 도로 싸는 시간.....여기 오려고 준비하던 일의 역순이다

먹어치운 음식덕에 가방이 많이 홀쭉해졌지만 열명의 짐은 아직 많다

왁자지껄한 속에 짐을 엘레베타까지 나르고 절반이상이 엘레베타에 탔는데

뒷마무리로 남았던 내아들이 꼬마들은 엘레베타에서 내리라고 불호령을 했다

 

자기가방은 자기가 지고 가라는둥 끝마무리에서 뭔가 가르칠 일이 있는 모양이다

아이들을 목마태우고 놀이터에서 뚜어다니며 애들과 어울려 노는 것만 하는 줄 알았더니

아버지 노릇도 애쓰고 하는구나 대견한 생각과 동시에

야단맞는 손주들이 불쌍해서 내가 나서서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럴수는 없으니 할미는 입을 꾹 다물고 있어야하는데....... 차라리 다 해주는 것보다 어렵다

 

귀가길에는 양평(두물머리)의 물근처에 있는 국수집을 들렸다

"초계탕 국수" 집인데 빙수같이 서걱거리는 얼음이 입안에서 시원하고 국물맛이 끝내줬다

옛날표현을 빌리자면 정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게 맛있었다 했겠지만....이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아! 또 먹고싶다! 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이렇게 연중행사가 지나갔다

사진들을 다시보니 자꾸만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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