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

봄의 향연

이예경 2012. 8. 1. 07:37

봄의 향연

이예경

 

열대바람이 기운차게

북풍을 밀어 올려

봄바람으로 뒷산에 다가와서는

 

나무마다 살랑살랑 흔들며 지나가고

훈기를 쏘인 나무들이

황홀한 기지개를 켜네

 

봄비도 봄바람을 앞세워

가지치기를 시켜놓고

뿌리까지 흔들어 갈라진 땅속으로 스며드네

 

겨우내 잠자던 뿌리들이 물기를 빨아올리고

가지 속에 숨어 살던 꽃잎들이

봄바람의 애무에 살며시 입술이 열리네

 

벌과 나비 제 철 만나 붕붕 팔랑팔랑

봄비도 질세라 꽃잎을 간질이며

앞 다투어 보슬보슬 정을 나누네

 

봄은 그렇게 사랑의 향연을 차려놓고

한발짝 한발짝 살며시 다가온 듯이

그렇게 어디론가 가버리네

 

향연은 지나가는 것

그러나 기다리면

다시 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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