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

빈자리와 노숙자

이예경 2012. 8. 1. 07:36

빈자리와 노숙자

이예경

 

만원 전철역에 비어있는 한자리

반가워 냉큼 앉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람”

악취를 못 이겨 슬그머니 일어서고 말았다

 

옆자리 남자는 큰가방에서 수첩을 꺼내 끄적거린다

영어와 한자로 유식하게 써내려간다

 

다음 역에서 밍크코트 여자가 탔다

빈자리를 보고 벙긋 웃으며 다가앉는다

 

한정거도 못가서 그녀가 발딱 일어났다

그녀 역시 코가 막히지 않았나보다

 

그렇게 몇 번 이사람 저사람이 앉는 동안

큰가방을 끼고 남자는 잠이 들었다

 

노숙자 맞는 것 같다

배운 사람인가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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