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수필 산책

삶속의 참과거짓 True and Fake in our Life

이예경 2012. 2. 17. 01:29

삶 속의 참과 거짓 True and Fake in our Life
Parisjisung, weekly newspaperin Paris 파리지성 2012-02-14, 13:49:20



인류 역사 속에는 비극적 사건들이 가늠할 수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유태인의 대학살 참극은 어쩌면 영원한 인류의 비극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2차대전 중 나치 독일의 600만 유태인 학살을 지휘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은 독일의 패전과 함께 종적을 감췄고 얼굴모습과 이름을 바꿔 전혀 다른 신분으로 살아가다 이스라엘 모사드 정보기관의 비밀작전에 의해 체포되었고 결국 형장에서 이슬처럼 사라져갔습니다. 50년이 지난 최근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모사드가 몰래 찍어온 사진을 법의학자들이 판독한 결과 클레멘트 아이히만임을 확인하게 된 것으...로 귀의 세부모양이 단서가 되었던 것입니다. 제아무리 자신의 모습을 속이기 위해 모습을 바꾸려 해도 바꿀 수 없는 부위가 있게 마련입니다. 얼굴모습은 성형술로 바꾼다 해도 그 사람의 본질적인 몸짓이나 몸에 밴 습관까지 바꾸기는 실로 어려운 것입니다.

영화 '양들의 침묵'이나 '페이스 오프' 등에서 성형수술로 자신의 본 모습을 바꾸고 범죄를 저지른다 해도 결국 불의와 거짓은 현대 과학에 의해 밝혀지게 마련인 것을 우리는 보아오고 있습니다. 최근 노트르담 대학에서는 얼굴인식 소프트웨어 논문을 발표했는데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개인의 고유특징을 식별하는 첨단디지털기술이 발달되어 이제는 프라이버시의 종말을 고하게 되는 시대를 맞게 되었음을 실감케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얼굴 모습을 바꾸는 행위는 보다 아름다워지기 위한 욕망의 발로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과거를 덮고 은닉하기 위해 모습을 바꿔야만 하는 비극적 상황에 처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때, 자신의 존재감과 정체성에 대하여 끊임없는 자괴감과 자문의 도전을 받으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곧 기만행위가 되어 자기를 믿지 못하는 심리적 갈등을 초래하고 삶을 기쁨을 잃고 늘 불안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프랑스 문예비평가 롤랑 바르트는 '기호의 제국'에서 '우리의 얼굴은 '인용'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라고 쓰고 있습니다. 이 시대는 우리 자신의 독창적인 모습보다는 모두 다른 얼굴을 인용하고 모방하면서 남의 표정과 스타일을 복사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해 보입니다. 이렇듯 다른 얼굴을 꾸미고 살아가는 형태는 오늘날 성형의 확산으로 더욱 정당화 되어가고 있음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외양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을 속이는 행위는 이 세상에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참 모습이 있으면 그 뒤에는 거짓의 모습이 상존하는 것이 인간사일 것입니다. 거짓된 행위들은 천태만상으로 기발하게 등장하는데, 특히 먹는 식품을 거짓으로 속이는 행위는 실로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마음일 것입니다.

최근 새우에 아교를 주입하여 대량 유통시킨 것이 중국의 톈진 수산물시장에서 적발되어 압수되었는데 아교를 주입하는 이유가 신선해 보이기도 하지만 무게도 더 나가 좋은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참으로 인간의 참과 거짓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것입니다. 새우에 주입한 이물질의 정체조차 명확하지 않아 더욱 우리의 먹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불을 붙이면 순식간에 타들어가는 '플라스틱 국수'의 유통이나 면발을 더 쫄깃쫄깃하게 하고 하얗게 보이기 위해 인체에 해로운 화학첨가제를 사용하는 거짓된 마음들이 우리를 더욱 서글프게 합니다. 참 삶을 위협하는 이러한 거짓된 행위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기상천외한 생각들로 이 사회는 점점 불신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존 레넌의 불안한 심리를 담은 자전적 노래로 비틀즈가 부른 '노웨어맨'은 그는 진짜 어디에도 없는 사람이라는 가사로 시작됩니다. 노웨어맨 Nowhere Man은 분명히 살아있는 사람이지만 세상에서 잊혀진,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자들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짝퉁 상품'을 만드는 사람들, 가짜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 현실과 환상의 세계, 진짜와 가짜의 세계를 오가며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암울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알게 모르게 참과 거짓의 세계를 오락가락하며 마치 곡예사의 줄타기처럼 마음을 졸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먹고 즐기는 음식이나 음료도 향이 있게 마련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향은 자연스레 사라지게 마련인데 놀랍게도 향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유는 간단할 것입니다. 그들이 인공향을 개발하고 첨가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참과 거짓의 어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참'이란 말은 속이 꽉 차있음을 뜻하는 말입니다. '참말'은 속이 가득 찬 말로 한자어 진眞으로 쓰니 '진짜'라는 말이 되고, '참'이란 바른 것이므로 바를 정正으로 '정말'이란 말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거짓'이란 말은 가죽에서 나왔으며 거즞, 겇 등으로 쓰였는데 가죽제품을 만드는 천민층을 '갗바치'라고 일컫고, '겉'이라는 말도 가죽과 같은 말입니다. '겉만 멀쩡하다'는 말은 속이 텅 비어 있고 껍데기(가죽)만 그럴 듯하므로 '거짓'이란 뜻이 되는 것입니다. '실속 없다'는 말도 속이 없으니 겉만 있는 것이며 낯가죽이 두껍다는 말도 거짓말이나 거짓행위를 하고도 뻔뻔하다는 말이므로 가죽과 거짓이 하나의 말임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모든 귀한 것에는 진짜와 가짜가 있는 것이며 귀하지 않은 것에는 가짜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진짜는 그 수가 적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자신의 참 삶을 위해 스스로를 귀한 자로 높이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정택영(화가)>
www.jungtakyo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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