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최인호씨가 암투병을 한다고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2007년 초에 그를 봤을때 무척 건강해보였고
당시 그가 소설 "유림" 완간을 기념해 기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시종 환한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건필 비결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단 사람들과 어울려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을 들었다
건강은 등산을 통해 지킨다고 했다
실제로 그가 청계산을 오르는 것을 본 사람이 많은데
혼자 산에 온 그는 젊은이들처럼 빠른 걸음으로 앞만보고 걷더라 했다
그 모습이 마치 청년같더라고 했다
그에게 암이 찾아올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는 침샘암 발병이 알려진 후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끊고 투병생활에 들어갔다
2009년 10월에는 35년간 이어오던 연재소설 "가족"을 중단했다
최씨의 칩거가 길어지면서 그가 암과 싸우느라
문학에서 완전히 멀어진게 아니냐는 우려가 문학계 안팎에 나돌았다
그는 그러나 그런 우려를 일거에 씻으며
올해 5월에 장편소설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그가 새롭게 썼다며 내놓은 작품의 제목이다
만년필로 원고지에 글을 쓰는 습관을 지키고 있는 그가
암투병을 하며 소설을 쓴다는게 엄청난 육체의 고통을 수반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는 책에서 "작가의 말"에 "손톱 발톱이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 "고 썼다
그 고통을 다 견디며 세상에 내놓은 작품의 주제는
현대 도시인의 고독과 자기 정체성의 혼란이었다
이는 작가 초창기 푸른 젊은 날에 천착했던 것이었다
알려져있다시피 그는 40,50대에 역사와 종교 소설로써 독자와 만났다
그랬던 그가 60대 중반에 암투병을 하면서 내놓은 작품이
초창기의 주제로 돌아간 것이라니............
최씨는 이에 대해 "암이 준 선물"이라고 했다
큰병에 걸렸기에 그로 인한 혼란을 겪으며
문학의 본령이라고 생각하는 현대소설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는 최씨가 병에 걸린 스스로를 위로하는 자기 암시같은 것일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할지라도 암이 준 선물을 생각하는 경지만큼은 큰 작가답다고 해야할 듯 싶다
몸을 갉아먹는 악성 종양....
즉 암이 정신적 존재이기도 한 인간에게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
역설적 고백이지만 암 고통이 축복이에요
2008년부터 암투병을 하고 있는 이해인 수녀도 이렇게 말했다
아프면 아픈대로 나눌 것이 많습니다
저는 내면의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체험을 하고 있지요
아픈 후에 행복과 기쁨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게 되더라고요
이 수녀는 그러면서 병상에서 쓴 시 "새로운 맛"을 가만가만 낭송했다
물한모금 마시기
힘들어하는 나에게
어느
예쁜 영양사가 웃으며 말했다
물도
음식이라 생각하고
천천이 맛있게 씹어서 드세요
그 이후로 나는
바람도 햇빛도 공기도
천천이 맛있게 씹어 먹는 연습을 하네
고맙다고 고맙다고 기도하면서
때로는 삼키기 어려운 삶의 맛도
씹을수록 새로운 것임을
다시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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