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크리스마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곳은 수영장 탈의실 안이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휄리스 나비다드” 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하나 둘 함께 불렀다. “아이 워너 위쉬 유어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할 때는 모두 다의 합창이 되었다. 타올로 몸을 가린 사람도 있고 팬티바람이거나 브라를 입으려던 순간이거나 구부려 양말을 신던 사람도 모두 다 신나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 민망할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어 보였다.
나는 마침 옷을 다 입고 벽에 고정되어 있는 드라이어 앞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던 중이었다.
갑작스런 합창에 나도 모르게 몸을 따라 흔들며 웃음을 터뜨렸다. 기분이 좋았다. 이탈리안들이 유독 많이 오는 그 수영장은 언제나 시끌벅쩍 했지만 이 날은 더욱 신나는 것 같았다.
유튜브를 통해 작년에 보았던 벨지움 앤트워프의 센트럴 스테이션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송에 맞추어 2백 여명이 한 둘씩 나와 서프라이즈 댄싱으로 거기 지나가던 시민들뿐 아니라 그걸 본 2천만 명 이상의 지구촌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 전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역시 2천 5백만 명 이상이 보았다. 넓은 광장이 있는 곳이면 갑작스런 즐거운 깜짝 쇼가 세계곳곳에서 벌어진다. 런던 리버풀 지하철역에서는 슈트라우스의 월츠에 맞추어 모여 있던 군중들이 춤을 추자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순간적으로 몇 분 동안 왈츠를 추는 군중으로 돌변한다.
오하이오의 유니언 역에서도 한 떼의 대학생 무리가 나타나 퍼포먼스를 펼친다. 지구 남반구로도 퍼져나가 뉴질랜드 웰링턴에서는 갑자기 열차에서 내린 50명 정도 되는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즐겁게 도레미송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백인도 있고 애보리진의 모습도 보인다. 이탈리아의 어느 레스토랑에서는 오페라 아리아가 울려 퍼지다가 합창으로 변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어느 푸드코트에서 갑자기 할렐루야가 울려 퍼지는 장면이 펼쳐졌다. 빨간 스카프를 목에 걸친 한 젊은 여성이 오른 손으로는 핸드폰을 귀에 댄채 걸어 나오면서 할렐루야를 외친다. 곧 이어 의자에 앉아있던 청년이, 쓰레기통 옆에 있던 두 남녀도 하나 둘씩 일어서서 합창을 하기 시작하는데 입 모양을 보면 진짜 합창단인 사람도 있고 아닌 것 같은 사람도 있다.
젊은이도 있고 머리 하얀 노인도 있다. 주변을 보면 게이트 웨이, 서브웨이 등 눈에 익은 상호의 간판이 보이고 주홍색 퍼피꽃을 옷깃에 단 할아버지도 보이는 걸 보면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의 한 도시인 것 같다. 지난 11월 13일 정오에 있었던 일이다. 2천 7백만 명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엄마와 함께 나온 아기도 식사하던 두 할머니도 젊은 청년도 아가씨들도 깜짝 놀라 이 놀라운 광경에 웃으며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하고 입을 모아 함께 할렐루야를 부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 개그맨 누군가가 거리댄스를 하여 온 국민 모두가 함께 길거리에서 춤을 추었던 일이 생각난다. 보통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복을 입은 채 갑작스레 노래하고 춤을 추니 더욱 재미가 더해진다 남녀노소 인종초월 함께 어울려 같은 동작을 하며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너무도 재미있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흥겹고 기분 좋다.
아침에 출근하다가 지하철 역 광장에서 만난 이런 모습은 “해브 어 나이스 데이” 라는 말 한 마디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하루 종일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아니 두고 두고 평생을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의 순간이 될 것이다.크리스마스 며칠 전에 수영장 탈의실에서 있었던 해프닝 한 가지만으로도 이렇게 며칠 동안 웃음이 나는데 말이다.
지금도 지구촌 한 구석에선 누군가가 신나는 기획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살맛 나는 세상이 된다. 연말연시는 기쁨 넘치는 행복한 새해 되시라고 만나는 이 마다 축복의 덕담을 나누는 시기이다. 나는 누구에게 기쁨을 줄 수 있을까? 내 가장 가까운 이에게부터 시도해 보면 어떨까? 가장 가까운 이를 사랑할 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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