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9/14 추석전 성묘

이예경 2010. 10. 1. 18:19

11시 지나 일산 주엽역 그랜드백화점 지하 3층의 맥도날드에서 엄마 복경 완이를 만났다

내가 몸살목가기로 약을 먹는 중이라 졸립고 컨디션이 나빠  

운전할 수 없어 전철을 타는 바람에 우여곡절은 좀 있었지만 잘 만났다

엄마는 잠실역에서 복경을 만나 가락시장역에서 3호선을 타고 오셨다

 

완이차에 타고보니 산소로 가는 길도 막연하대지 지도도 없지 난감했지만

숱하게 가본 길이니 네명의 오감을 써서 그냥 찾아가기로 했다

그런 중에도 4학년 5학년 6학년 세 딸이 8학년 어머니와 함께 4명의 수다는 아무도 못말린다

작은 차칸이 떠나갈듯 웃고 떠들석하니 세상에 걱정이 없는 것 같다

 

가는 길은 고속도로가 뚫려서 옛길은 도저히 흔적도 없고 완전 딴판이다

웅덩이 패인 흙길에다 시내물까지 있던 구불구불하던 시골길이었는데

어딜 봐도 그냥 크고 넓은 아스팔트 뿐이니 말이다

 

그래서 주소만 기억하고 파주시 장파리 란 싸인을 찾아 갔는데....

우리가 누구냐....한번도 틀리지 않고 제대로 찾아갔다는 것...

마침 날씨도 개어 파란 하늘이 보이고 받쳐준다

 

추석전이라 성묘객은 한집 정도 있일 뿐 온 산이 조용하다

눈에 익은 할아버지 산소를 찾아 할아버지 모습을 떠올렸다

내가 7살때 돌아가셨으니 56년전에 돌아가셨다

우리 부모님은 50여년간을 해마다 차례지내고 열심히 조상을 모셔왔다

 

뙤약볕아래서 잡초도 뽑고 음식도 간단하게 차려놓고 잔도 올리고....

교회에선 하지 말란거지만 그냥 우리 마음이다

 

엄마의 기도가 30여분 시아버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도 아주 많으셨던것 같다

마치 바로 옆에 할아버지가 계신것 같다

아버지의 건강을 기원하는 간절한 기도는 우리의 마음까지 끓고 끓었다

 

넷이 양산을 쓰고 둘러앉아 예배를 드렸다

내가 난생 처음 마련해온 예배 순서지를 돌리고 차분하게 진행

모자라는 점이 많았을터인데도 모두들

긍정적으로 따라주어서 너무나 고마웠다

 

올해추석성묘는 이렇게 지나간다

옛날에 아버지랑 필모할아버지 가족을 모시고 성묘왔던 장면도 떠오른다

부산에서 우리가 서울로 이사온 후 한동안 절에 모셨던 생각도 난다

50여년이 어느새 지나는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지나갔다

먼후일, 우리 부모님은 할아버지 산소 아래쪽 봉분 속에 계시게 될 것이다

 

내년에는, 후년에는,..... 그리고 10년 후,...... 30년 후.....

앞으로 50년 후에 이곳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으면 113세인데...윤경이도 96세 정도?....

 

그때는 분명 나도 잔디밭아래 있을것 같은데....그럼 누가 올까?

인생은 저 들판의 꽃들처럼 지면 내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것을....

 

용인공원 같은데도 관리인이 그러는데

가신지 10여년 정도 지나면 대부분 성묘도 제때에 오지 않더라고 하던데....

나도 용인 시아버님 성묘를 가보면 20년 지났다는 곳에 200 여봉분이 있어도

가족이 온 곳은 열군데나 될까말까 ...한적했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

멍하니 소나무만 쳐다보았다

산소 한쪽에 있던 작은 소나무가 그렇게 큰것을 보니

우리와 이곳이 인연을 맺은 것도 꽤 긴 세월이 지났구나

 

그때 갑자기 엄마가 산소를 가리키며 내게 하신 말씀....

예경아 나는 저 밑으로 들어가고픈 생각 하나도 없다

그냥 이 소나무 아래 뿌려버릴란다

.....엄마도 계속 이런저런 상상이 떠오르셨나보다

나  혼자서는 풀 수 없는 숙제인듯 하다

 

우리는 각자 짐을 정돈하고 소나무 그늘아래로 자리를 옮겨 돗자리를 폈다

재빨리 현실로 돌아와 명랑한 이야기를 나누며

떡이니 과일이니 펼쳐놓고 간식겸 점심을 먹었다

 

역시 오랜만에 야외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즐거운 담화중에 먹으니 꿀맛이다

 

외출한 김에 우리 모두 아버지 뵈러 가기로 했다

얏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