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노인의 자존심

이예경 2009. 7. 9. 14:25

어제 5시반에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집에 왔다

어머니가 작년 6월에 장애3급 진단을 받았는데 다시 년1회 판정진단 날이 되었다고 한다

1시간이 걸린 내용은 치매검사 운동장애검사 등 심신의 건강상태를 진단하는 것이다

 

걸어보세요

의자에 앉아보세요

바닥에 앉아보세요

컾을 들고 차를 마셔보세요

 

휠체어는 사용하시나요

보행기가 있나요

층계를 올라갈 수 있나요

 

소변이 새나오고 실수를 한적이 있나요

대변을 참을 수 있나요

 

잠을 잘 이루시나요

꿈에 누가 쫒아오고 괴롭힌적이 있나요

남들이 못보는 헛것을 본 적이 있나요

밤새 번민으로 잠을 못이룬적 있나요

 

외출했다가 길을 잃으면 어떡하나요

하루에 500원씩 1주일 모으면 얼마인가요

2만원은 백원짜리 몇장인가요

 

자동차 모자 사람 이걸 10분후에 기억해보세요

등등..............

 

어머니는 평소와는 달리 긴장해서 정신을 똑바로 가다듬고

차분하게 똑똑하게 대답을 해서 인지능력 수리능력 운동능력 모두100점을 받았다

평소에 집에서 보이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층계요? 혼자 올라갈 수 있어요

소변요? 대변요? 잘 참을 수 있어요

길 잃으면 경찰서에 가야죠

그런 나쁜 꿈은 꾼 일이 없어요

밤에 잠은 잘 자요

헛것요? 그런거 본일 없어요

기차 모자...또하나는 뭐더라....

 

상담직원은 너무나 놀랍다고 하면서 작년에도 자기가 담당이었는데

작년보다 월등하게 좋아져서 경이로움까지 느낀다고 했다

86 연세에 3급 장애판정 받았던 분이 이렇게 잘하시는 분은 첨본대나

작년에 비해 얼굴 표정이나 혈색이나 피부가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작년 검사지와 비교하며 너무나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보기엔 실제보다 과장되게 잘난척을 한 결과이다

패드를 쓰는데도 팬티는 매번 오줌에 절어 노랗게 되어있고 툭하면 대변이 말라붙어 있다

그래서 어머니 빨래는 세탁기를 못쓰고 항상 손빨래하고 있다 

노인복지관에서 언젠가는 화장실에 도착하기전에 변이 쏟아져나와 팬티는 버리고

치우고나서도 2층전체가 악취가 안빠져 힘들었다고 했었다

방에서 식탁까지 나오는데 5분 걸리고 현관까지 가려면 5분이상 걸리고

발을 한발짝 옮길때마다 제자리에서 다리를 한참 떨다가 겨우 100센치정도 옮기시고

기면 걷는거보다는 좀 빠르니까 주로 기어다닌다.

층계는 올라갈 수 있으나 10개 올라가는데 10분이 걸린다

식사시간은 40분걸린다

 

그러나 즉석에서 묻는 말에 대답한 거로 설문지가 채워지고 있다

어쨋던 직원이 보호자에게 말씀드리겠다며 내게 하는 말이

지난1년간  장애3등급으로 대접받아 주간보호실에 다닐 수 있었는데

이번 검사결과로 4등급이되어 주간보호실 서비스는 끝났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주간보호실에 못가고 집에 계시게 되었다

 

내가 어머니께 미리 귀뜸을 해서 시험을 너무 잘보지 말라고

주간보호실에 계속 다니려면 그렇게 하는게 방법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도리어 실컷 과장되게 말해버렸으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층계오르는것도 직원앞에서는 해볼 수 없으니 질문에 답하는거로 설문지를 해결했다

 

실제로 토요일마다 동네 노인정에 가시는데

총무라는 72세 할머니가 대놓고 오지말라며 구박을 한다

거기서는 점심을 서로 일을 분담해서 만들어 먹는데

어머니는 손이 무뎌서 부엌일이나 청소나 아무것도 못하고

남이 차려주면 잡수실 수 밖에 없다. 아주 양이 많고 오래오래 걸린다

 

어딜 가려도 걸음이 느려서 보통할머니를 따라가지를 못하니

노인정 야유회나 월1회 회식때는 오지말라고 총무가 미리 연락를 해준다

거기 할머니들은 잘걷고 이상이 없으니 콩까서 밥하고

마늘까고 반찬 만들어 오순도순 설젖이하고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

노인들인고로 장애자를 챙겨줄 여력은 없으니 이해는 충분히 간다

내가 밑반찬이니 과일이니 간식이니 챙겨드린적도 많다

 

어머니는 남의 도움이 필요한데도 어머니성격이 워낙 이기적+교만.

남들을 무조건 깔보고 웃을줄 모르고 매사에 쌀쌀맞게 구니까 툭하면 싸움하고 오신다

매사 인간관계를 기의 대결이라 생각하고 상대를 꺾어야 직성이 풀리시는것 같다

 

그래도 평일 닷새간 어머니는 주간보호실에 가는게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항상 말해왔는데

자기를 추어주는 사람 앞에서 기분좋은 김에 사실과 달리 과장된 표현으로

자랑스럽게 으쓱대며 다 잘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어머니는 칭찬을 받으니 눈을 반짝이며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동작이 둔해서 남들에게 폐를 끼치며 자존심 상했던게 보상 받은 걸까

열등해진 외향적인 자신과 열등함을 인정할수없는 내향적인 자신의 모습 중에서

잘하신다고 잠시나마 인정받은 순간 기분이 좋아져서일까

 

내가 그 어려운 경쟁을 뚫고 겨우 주간보호실에 등록을 시켜드렸고

어머니는 거기서 매일 요가 수지침 발마사지 웃음치료 종이접기 화초작업등을 하며

하루종일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데 .....

앞으로는 어쩔것인가....노인정에서 천대받을 일만 남았는데...

 

그러나 그것도 어머니의 선택이고

결과에 대한 마무리는 어머니의 몫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시원치 않다

 

큰아들은 어머니의 면담얘기를 듣더니 한숨을 쉬며

"잘났어 정말" 혼자 중얼거린다

지난 2년간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덕분이야

어쨋던... 좋아진건 기쁜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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