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한밤중에 일어난 일

이예경 2009. 7. 9. 13:59
좀 아까 자고 있는데 꿈을 꾸다가 웬지 이상해서 눈을 뜨니
방에는 불이 환하게 켜있고 어머니께서 나를 내려다보고 계신다
 
"너, 언제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갈꺼냐?
내가 이렇게 걸음이 어려운데 치료도 안해주고 뭐하는거냐"
 
나는 자다 깨서 꿈인가 뭔가 정신이 없어 말을 못하고 놀라기만 했죠
어머니는 매우 불만이신지 잠이 안온다고 하셨다
 
"아픈데도 없고 멀쩡해가지고 걸음만 못걸으니 속상해서 잠이 안온다"
"나날이 걸음이 둔해지는데 보고만 있을꺼냐"
"병원에 가봐야 검사를 해가지고 어디가 어떤지 알아내야지"
"치료를 해줘야 될꺼 아니냐. 치료를!"
"약만 매일 먹고있는데 무슨 약인지도 모르겠고 병이 낫지도 않고"
 
어머니는 내게 호통을 치시고
나는 자다깨서 눈도 잘 못뜨고 멍-해가지고 횡설수설 대답을 했다
 
병원에 가셔서 검사를 다시하기를 원하시면 해드릴게요
약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 치료약이고
그 약을 안드시면 고혈압 당뇨수치가 조절이 안되고
피가 탁해져서 또 혈관이 막힐 수 있대요
 
의사는 더이상 병원에서 치료할게 없다며 약을 처방해주면서
퇴원하라고 해서 엄님이 우리집에 오신거구요
 
나날이 둔해지는것은 노화현상인데요
진시황도 이순신장군도 솔로몬왕도 다윗도 노화를 해결못해서
다 죽은 걸보면 노화는 약이 없는것 같애요
하나님 뜻이 그렇다면 우리가 어쩌겠어요
 
그러나 늦추기위해 어머니께 의사나 간호사가 충고한대로
최선을 다해 운동을 하지 않은것은 어머니도 인정하시지요?
 
"그럼 내가 런닝머신을 매일 해야겠구나"
"런닝머신을 매일 하려면 어디를 다녀야할까?"
"너 운동하러 다닌다고 했지? 거기가면 보행기가지고 오는 사람도 있냐?
"내가 너를 따라가서 니가 도와주면 운동을 같이 해야겠다"
 
.............
 
요즘 노치원에 할아버지가 오셔서 생기있게 잘 지내셨는데.......
그분이 어머니께 복지관에서 제일 아름다우시다고 했다며 좋아하셨는데......
그 할아버지와 대화가 된다며 매우 즐겁게 다니셨는데.....
8월말부터 아침에 한시간이상 경대에 앉아 종일 거울을 보시며 화장을 하시고.......
옷도 이리저리 멋내시고 차림새에 신경을 많이 쓰고 다니셨는데........
 
보행 핸디캪을 자각하시고 고민을 하시는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운동은 게을리 하시고
내게 매일 투정만 하시니 답답하다
이 기회로 스스로 운동을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머님은 한참 호통을 치시다가
말없이 한참 앉아 계시다가 어머니 방에 가셨다
나는 잠이 다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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