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품바를 보고

이예경 2009. 7. 9. 13:40

품바가 거지타령인데 뭐 볼거있나해서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다

혜화역 2번 출구에서 골목에 들어서니 두레홀 2관이 나오고 3층으로 올라갔다

 

관객은 3분의 2정도 차있고 얼마후 소극장에 불이 켜지니

고수가 한쪽에 북채와 악기 여러개를 놓고 앉아있었다

두루마기를 입은 그의 얼굴은 30대 초반의 팽팽한 노총각얼굴

간단한 품바 설명과 박수치기 얼씨구 허어 등의 추임새넣기를 연습시켰다

박수를 많이 쳐야할 분위기인거 같다

 

공연이 시작되어 품바가 나타났다

그 역시 30대 초반의 고상하게 생긴 넙적한 미남 얼굴인데 품바를 하기엔 아까운 이목구비다

온통 누덕누덕 기운 한복에 찌그러진 모자를 쓰고 깡통과 숟가락을 들었다

노래하고 춤추고 완전 팔방미인이다

 

때로는 일본 순경으로 기모노 입은 일본 고위층 관리로 기생으로 독립투사로

동네아낙으로 자유당시대 관리로 4.19대학생으로.....

1인 14역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는 그 얼굴 그 자태 그 몸짓....

어떻게 같은 사람이 수더분한 아낙도 하고 요염한 기생도 하고 할멈도 하고

겁나게 사나운 얼굴에서 세상 포기한 거지로 피흘리는 독립투사로 바뀌어질까 신기하다

 

연극계에 발을 디밀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탐낼 그런 역활인것 같다

그 내용과 연기와 감동으로

나중에는 괜히 목이 메어와서 눈을 적셨다

 

이 연극이 다른 연극과 확실하게 다른 점이 있다

연극 무대가 중간중간 관객 속으로 침범하여 나도 연극속의 인물이 된다

때로는 천사촌의 떼거지들이 되기도 하고

4.19 데모대열에 합류하기도 하고 군중이 되기도 하는 등....

그리고 굿판, 장터가 벌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신명나게 놀 때는 객석이 양편으로 갈라져 노래 대결을 할 때도 있다

 

전철 4호선을 타고 과천까지 오는 동안 그 얼굴 들이 주마등같이 눈앞을 지나간다

한편으로는 그 힘좋고 목소리 좋고 잘생긴 배우의 부모님 마음이 느껴진다

아들이 교수 장군 대톨령 판사 의사 회사원의 직업을 마다하고

허구헌날 연극한다 노래한다 하면서 패거리들과 어울려 다니며 집을 나가고

돈은 버는지 어떤지 장가는 갈건지 말건지 등등

한때는 부모님 속을 썩였을거 같고 본인도 맘편히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거란 상상....

 

그래도 품바에 출연할 정도면 성공은 한건데....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본인도 그거로 행복하고

그런 길을 본인이 택한 거라면 누가 뭐랠가마는....

참, 산다는게 세상이라는게 정말 치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문화계에서 그런 분들이 힘을 잃지 않도록

활개치고 대접 받는 세상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허 품바가 잘도 헌다./ 허어 품바가 잘도 논다./ 어얼 씨구씨구 들어간다./ 저얼 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오./ 어얼 씨구씨구 들어간다.”

누더기 차림에 찌그러진 깡통, 벙거지를 눌러 쓴 각설이가 걸쭉한 입담과 타령으로

관객들을 울리고 웃겼던 <품바>(연출 서상규)가 2년만에 무대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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