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보려고 여행을 간다
태산 꼭대기가 명동 한복판같이 번화하단 얘기는 이미 했었다
음식점이니 호텔이니 가게들이 즐비한 속에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데
거기 온 사람들이 소비할 물을 어떻게 조달하는지가 내게는 매우 의문이었다
물론 나 먹을 물은 내가 한병 들고 갔다
점심때 식당에 갔는데 음식도 그럴싸하게 잘 나왔다
차까지 마시고 자동으로 화장실에 갔는데 줄이 엄청 길었다
일부는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고 한쪽에서 망을 보았다
내차례가 되어 들어가보니 변기 모양 아니 구멍이 웃긴다
우리화장실과 폭은 같고 길이는 3배 인데
바닥에는 새파란 타일이 깔려있고 냄새가 독한데
한가운데로 가로가 30센치 세로가 2미터 길이로 큰구멍이 나있다
대여섯명이 함께 용변을 볼수있는 공중화장실이었는데
우리는 한명씩 들어가느라 줄이 그렇게 길었던 것이다
카메라가 주머니 속에 들어있어서 사진을 찍을까 하다가 말았다
내가 뭐 신문기자인가 ...사진에서도 냄새가 날것 같아서다
다 잊고 살았던 6.25피난시절의 공중화장실이 떠오른다
부산 동광동에 살 때였는데 동네 한가운데로 공중화장실이 있었다
두세평 되는 공간에 바닥에는 널판지가 대여섯개 한뼘 간격으로 걸려있었고
용변을 보려면 누구나 널판지 양쪽에 발을 딛고 앉았다
냄새 독한거는 당근이고 동네아줌마들은 거기서 다 만났다
아는 사람들끼리는 이야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화장실 덕을 본 적이 있다
어느날 회충약(산토닌)을 먹고 눈앞이 노오랗고 배가 아파
아픈배를 움켜쥐고 부랴부랴 화장실에 혼자 갔을 때다
5살때로 기억되는데 대변이 툭 떨어지지 않고 매달린 느낌이들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회충이 세마리가 10센치이상 나온채로 늘어져있고
그중 한마리는 고개를 위쪽으로 향해 꿈틀거렸다
나는 경악, 공포속에서 으앙 울어버렸다
옆에 있던 이웃집 아줌마가 신문지로 잡아내려 빼주었기에 망정이지...
지금 생각해보면 공중 화장 실 덕을 본 셈이다
그뒤로 나는 회충약을 절대 안먹었다
제일 무서운게 회충이었다
언젠가는 선생님(신체육)이 수업시간에 모두 회충약을 꺼내라고 했다
주번이 주전자를 들고 뒤쫒아왔고 한명씩 담임 앞에서 그걸 삼키라고 했다
나는 피할 길이 없어서 회충약을 삼키고 말았다
배가 아파왔지만 무시했다. 그러나 생리현상을 어쩔것인가
참고 참다가 화장실에 가서는 눈을 감고 .....있는 힘을 다했다
회충이 나온 것도 같고 안나온것도 같고......모르겠다 안봤으니까...
그러면서 한동안 회충약을 안먹었는데
그 뒤로는 신제품 약에 회충이 다 녹아나온다길래 조금 안심이 되었다
회충의 피부를 녹이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그런 것이라 했다
요즘은 생야채를 먹을때 회충 요충 보다는
농약을 조심하라고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옛날 이야기다
하여튼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공중화장실을 중국 태산꼭대기에서
널판지가 아닌 파란 타일이 깔린 화장실 바닥을 보며
조금 달라지긴 했구나 하며 고소를 금치 못했다
아무리 중국이지만 물까지 1500 미터 꼭대기로 날라야 되는 판에
수세식 화장실이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인간들의 원초적인 화장실의 모습을 보고 왔다
기대에 차서 여행을 가보면
궁금증도 풀리고 새로운 경험도 하고 재밌고 좋지만
다시 집에 오면 일상이 또 새삼스러워서 좋다
'이야기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 (0) | 2009.07.14 |
---|---|
태산 꼭대기의 번화가 (0) | 2009.07.14 |
태산 1 / 산동반도 (0) | 2009.07.14 |
품바를 보고 (0) | 2009.07.09 |
<품바>연혁 (0) | 2009.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