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수욜에 특별한 일로 친정에 다녀왔다
여러해전에 부모님께서 대한적십자사에 남북이산가족 상봉신청을 하신 적이 있었다는데
이제야 연락이 온것이다.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시던 아버지께선 2년전에 돌아가셨는데...
고향을 떠나온지 70년... 우리집에 가끔씩 모여 고향얘기로 꽃피우던 고향분들은 거의다 돌아가셨는데 ...
그러나 어머님이 계시면 인터뷰를 원한다고 해서 자리가 이루어졌다
남북이산가족 영상편지팀은 2002년에 신설되어 15년간 계속되었는데
올해안으로 마무리하라는 계획에 따라 그동안 찬찬이 해오던 일을 년말까지 마쳐야한다는데
여태 해오던 일을 왜 마무리하려는지 모르겠다. 혹, 통일이 가까이왔나 하는 억측? 기대 만발이다.
오전 11시에 적십자에서 와서 이것저것 30분이상 고향얘기묻더니 즉시 촬영을 시작했다.
간단한 자기소개로 시작해서 끝으로 이북가족에게 띠우는 편지를 읽는 것이란다
92세 어머니는 두주먹 꽉 쥐시고 천천이 말씀을 시작했다.
고향추억, 보고싶은 사람들과의 에피소드, 고향집구조와 주위환경, 동네를 떠날때 풍경,
헤어진이후 남한에서 살아온 이야기, 현재의 심경 등....
고향...함경남도 정평군 ...을 떠나온지 70년이나 되셨는데
어릴적 기억을 너무나 선명하게 자세히 말씀하신다
외가집 식구들과 우리가 만날 수 있을까? 통일얘기들은 많이 하고 있던데...
처음엔 좀 긴장하신것 같더니 금새 적응하셔서 92세 노인답지않게 때론 어나운서같이
때론 배우 뺨치는 감성으로 어찌나 잘하시는지 촬영기사와 딸들이 다 놀랬다.
절실한 마음이면 평소기질보다는 무대기질이 나오는 것 같다
편지를 읽는 대목에선 시낭송을 하시듯 감성이들어가 눈시울이 젖어든다.
고향생각하며 새벽2시까지 편지 쓰시느라 잠을 설쳤고 목이 메이셨다고 한다.
나도 어머니 연세가 되었을때 저렇게 카랑카랑하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촬영한 작품을 어디다 쓰냐하면 이북에 보내서 이산가족 연결해
상봉 가능하도록 도와주고 일부자료는 적십자에서 소장하게되며
우리에게는 시디로 구워서 보내준단다.
촬영을 장장 2시간동안 했으니... 어머니와 나는 점심후 얘기하다가
너무 나른해져서 안방에 나란히 누워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의 생생한 고향얘기는 언제나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자나깨나 그리워하던 고향..... 강산이 7번이나 바뀔 때까지
한번도 소원을 이루지 못하시고 마냥 기다릴 뿐이다
그리고 항상 되뇌이는 말씀은
"나 통일될 그날까지 꼭 살아서 고향땅을 밟아볼꺼야.
부모님 묘소에 흙이라도 뿌려 드려야 하지 않겠니"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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