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미국조카이야기

이예경 2015. 5. 8. 17:02

조카가 미국에서 둘째아들을 해산했다. 이제 백일이 지난 애기가 한창 이쁘다
조카네는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라 애기들 모습이 신기하다

신랑은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고, 대학 졸업후 취직한 LA에서 우연히 만나 사귀기 시작했다
갈색고수머리에 파란눈 전형적인 서양 얼굴인 신랑과는 달리
조카는 키는 크지만 순이처럼 생긴 전형적인 넙적한 동양얼굴이다

이듬해, 조카가 보내온 첫아들 사진을 보고 우리 식구들은 너무나 깜짝 놀랬다
어떻게 제엄마를 하나도 안닮은 그런 애기가 나올 수 있을까
제애비를 완전 빼닮은 서양아이가 나온 것이다
 
시댁에선 외동이 아들의 손자라 사랑이 대단하다던데
한국에서는 나도 내동생도 친정엄마도 애기 사진을 보고
외모 때문인지 영 정이 가질 않았다 ....처음에는 친척이란 느낌이 전혀 안갔다

사람들은 자꾸 만나고 교류가 있으면 정이 붙게 마련인가보다
몇년간 계속 애기 사진을 보내오고 동영상을 보내오고 하니
눈에 차츰 익숙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낯선 감정이 차츰 지워져 괜찮아졌다
요즘은 사진만 봐도 너무나 사랑스럽고 대견하다
 
조카네 첫애기는 외모 뿐이 아니고 성격도 엄마를 안닮은것 같았다.
조카는 여자애지만 좀 사나운 편이라 지고는 못사는 성질머리다
어릴 때부터 태권도에 운동선수에 학교를 휘집고 다니면서 가다 노릇을 해온 터이다
6학년 때 미국에 이민을 갔지만 가다 노릇은 여전한 모양이다

그런데 애기는 너무나 천사스타일에 화를 낼줄 모르는 양순한 아이라
누구랑 싸우지도 않지만 툭하면 맞고 들어온다는 것이다
지고 들어오는 게 사전에 없던 조카는 아들 때문에 속상해서 발을 동동 구르지만
천성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고 했다
 
첫애기가 4살이 되면서 조카는 지난 가을에 둘째아기를 출산했다
우리는 그 공장에서 똑같이 서양애기가 나왔겠지 했는데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랬다
머리카락이 새카맣고 얼굴이 넙적하고 눈이 사납게 쭉 찢어진 듯 한
을지문덕 장군이 애기였을때 이런 모습이었을까... 애기인데도 주먹을 꽉 쥐고
날카로운 눈매로 수틀리면 한 대 칠것 같은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 아이고!
 
나는 첫애때 왠지 섭섭했던 기분을 떠올리며 그때의 나랑 마찬가지로
깜짝 놀랬을 지도 모르는 친가쪽 서양 조부모님이 떠올라 약간 미안했다
그들도 같은 공장에서 같은 제품이 나오려니 기대했을 것 같아서다
물론 시일이 지나면서 그 낯선마음이 눈녹듯 사라질거라고 믿기는 하지만 말이다
 
조카는 첫애와 둘째가 그렇게 다를 수가 없다고 감탄에 감탄을 한다
외모가 다른 것 같이 성격도 노는 행태도 전혀 딴판이더라 했다
커가면서 식성이나 취미나 뭔가 다는 점이 계속 나타날지 모른다

나는 노파심이 발동하여 동생은 맞고 들어오지는 않을 성격이긴 하나
그곳이 서양인고로 뭔가 동양적 외모로 인해 차별 받는 일이 생길까봐
지레 걱정스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얼마전에는 조카가 두아이를 데리고 운전해서 어딜 가는데
첫애가 "엄마 동생이 자꾸 나를 쳐다봐요" 하길래
조카는 "형이 좋아서 쳐다보는 거야 "했단다
그랬더니 첫애가 "아니에요 화가 난 것 같이 째려보고 있어요" 하더란다
 
백일무렵이라 애기는 얼굴 익히려고 뭐든지 빤히 쳐다보는 시기라
동양눈매에 익숙하지 않은 첫애가 오해한 것이 웃겨서 조카는 한참 웃었다고 하지만
이모할미의 노파심은 앞으로 밖에 나가서 오해를 일으켜 대인관계에 문제 생길까봐 또 걱정이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둘째애기가 너무나 이쁘고 대견하다
까만머리도 맘에 들고, 사나운 눈매도 귀여워 죽겠고, 꽉 쥔 주먹이 믿음직하고,
잘먹고 잘자는 투실투실한 순둥이가 종일 눈에 아른거려 웃음이 절로 난다
 
애기 선물을 사보내면서도 내가 너무나 기분이 좋은 거다
조카가 아들만 둘 낳은 것도 대견하고 이쁘다 ...(지엄마가 딸만 셋을 낳았기에)

동양 얼굴의 둘째애기가 미국에서 기죽지 말고
씩씩하게 튼실하게 순탄하게 잘 자라 주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이젠 가까운 우리가족들도 글로벌하네.

예경이네 종손주들 넘 구엽겠다.

 

아무래도 우리눈에 익은아이들이 더 귀엽게 느껴지겠지..?

하지만 둘다 다 예쁠 것 같애.

 

나두 엄청토종인 우리 막내아들의 딸 재미에

날가는 줄 모른다.

 

 

 

김양순

(03/15 22:33) 두 조카아가들의 야그가 재미있어요 순 오리엔탈 루킹이 백인들에겐 훨 인기라고 들었어요

두고 보세요 한국토종이 섞여서 쑥쑥 잘 될 거에요 

 

양화진

(03/15 23:34)

 

이제는 국제결혼도 흔한 세상,

얼마전에도 공원에서 산책하는 한국여자와 미국남자와 그 딸아이를 보았는데 어찌나 에쁘던지,

깜찍한 귀여움도 아니고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그런 아름다움이었지

 

혼혈아이를 키워 보는 것도 특별한 행복일 것 같은데,

예경이, 조카들을 가까이서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네 ~~ 

 

한경자

(03/16 00:53)

우리 오빠네 외손자들도 딸 셋중 둘의 아이들이 혼혈인데

참 귀엽고 예쁘더라 이젠 우리도 글로벌 가족이지 

 

권영진

(03/16 11:28)

지금 한창 예쁜 나이예요.  나의 손자가 아직 3살도 안 되었지만...

 다른 집 아기들도 모두 너무 귀여워요

 

이숭선

(03/16 17:57)

ㅎㅎㅎㅎㅎ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요. 선배님.커 가면서 재미난 얘기 또 듣고 싶어요.을지문덕이 홧팅!!!  

 

김옥자

(03/17 17:49)

이제는 세계가 한가족이네.미국살면 미국사람과 섞이고 일본살면 일본사람과 섞이고.

이런 이야기도 예경이가 써내면 재미가 솔솔 !재미있는 세상같으네

 

조은경

(03/17 21:03)

우리 외손녀들 여름에 오면 까투리에 한번 데리고 와 볼까

 

김방실

(03/23 09:50)

예경이모의 글을 커서 읽어보는 조카들의 흐뭇한 미소가 보이는 것 같다. 요즘 소수민족과 다수의 순서도 바뀌는 세상이니 걱정없어. 더구나 한국제는 외모까지 얼마나 인기있는 시대인데. 나도 을지문덕 손자 5주 보고 돌아왔다. 아기들이란 너무 기쁨을 주는 존재들이니 3살 이상은 안 크면 좋겠구나

 

이예경

(03/24 23:58)

방실아 축하해 드뎌 손주 보았구나 손주들은 정말로 큰 기쁨을 안겨주지

분수에서 물이 뿜어나오듯 온몸에 가득차다 못해 분출하는 그런 기쁨.......

한국제 외모가 인기라니 기쁜소식이고 격변하는 시대가 느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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