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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금과 강황의 연구 - 한의사의견

이예경 2015. 5. 6. 18:40

카레의 주성분은 커큐민(curcumin)이다. 커큐민은 항암효과가 있고 치매를 예방하는 성분이다. 그 효용성은 두말 할 나위없다. 국내 카레광고를 보면 “카레에 노란 강황을 더 넣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강황은 노란색 커큐민이 많아 카레원료가 된다. 인도에서도 카레재료로 강황을 많이 사용한다.

문제는 인터넷에 강황을 치면 울금이 나오고 울금을 치면 강황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또 시중에서 강황을 구하고자 하면 울금을, 울금을 구하려고 하면 강황이나 아출(莪朮) 중 하나를 구하게 된다. 서로 부르는 이름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상 식약처 의약품 공정서에는 ‘강황은 강황의 뿌리줄기이고 울금은 강황의 덩이뿌리’라는 내용이 있다. 뿌리줄기는 근경(根莖), 덩이뿌리는 자경(子莖)을 해석해 놓은 것이다. 울금이 강황과 같은 식물이란 말인가. 식약처의 구분마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료들을 읽다보면 강황은 울금과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서로 같은 것도 같다. 어느 곳은 설명이 뒤바뀌어 있는 곳도 있다. 인터넷자료는 말할 것도 없고 관련서적이나 논문에서조차 혼란은 마찬가지다. 심지어 기원식물의 학명이 서로 뒤바뀌어 기록된 서적도 있다.

강황과 울금의 구별에 대한 혼란은 역사적으로 꽤 오래됐다. 강황과 울금이 최초로 기록된 서적은 당나라 때 신수본초(新修本草)로 ‘이 둘은 서로 비슷하지만 다르다’고 했다. 과거 본초서들을 보면 ‘강황은 생산량이 많아 흔했고 울금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강황을 울금이라고 속여 팔기도 했다’고 한다. 알면서 속이고 몰라서 속는 것이다.

강황과 울금은 모두 생강(生薑)과다. 모양도 생강과 비슷하다. 그래서 강황(薑黃)의 이름은 생강강(薑)자에 노란색이어서 황(黃)자가 쓰였다. 울금(鬱金)은 기운이 가벼워 막힌 기운[울(鬱)]을 잘 뚫어주고 색이 황금색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강황(Curcuma aromatica Salisb.)은 강황뿌리로 선명한 황색으로 쓴맛이 매운맛보다 강하다. 반면 울금(Curcuma longa L.)은 울금의 뿌리로 오렌지색에 가까우면서 매운맛이 쓴맛보다 더 강하다.

강황과 울금을 굳이 구별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라면 강황이나 울금에 모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커큐민'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둘을 꼭 구별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약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분도 중요하지만 기운도 무시할 수 없다.

동의보감에도 강황은 기운이 따뜻하고 맛이 아주 신랄(辛辣)하며 효능은 울금보다 강하다고 했다. 반면 울금은 기운이 서늘하고 향이 그리 강하지 않다고 했다. 울금은 생강과이면서도 성질이 서늘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다수 본초서의 기록이 일치한다. 평소 몸이 찬 사람은 강황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 좋고 열이 많은 체질이라면 울금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 좋다.

효능이 있다면 부작용도 있다. 강황과 울금은 모두 어혈(瘀血)을 치료하면서 파혈(破血)하기 때문에 빈혈이 심하거나 안색이 창백하고 빈혈이 심한 사람들은 과용하면 안 된다. 본경봉원(本經逢原) 본초서에는 ‘강황은 함부로 시장에 나와 사람들의 기운을 소모시키는 병을 만든다’라는 내용이 있다. 음식이라도 증상이나 체질에 맞지 않으면 부작용이 있다는 말이다.

과(科)가 같아도 학명이 다르면 다른 식물이다. 기원이 서로 다른 식물을 효능이 비슷하다고 해서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구분할 수 있다면 구분해야 한다. 앞으로 강황을 이용한 열성카레, 울금을 이용한 냉성카레도 기대해 본다. 강황과 울금은 기운과 효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 / 한동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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