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세월호의 침몰 1

이예경 2014. 4. 20. 22:08

아래는 해양대학 졸업후 오랜기간 외국 배를 타고 선장을 하고있는 지인의 글입니다
세월호의 침몰에 대해 생각을 물었더니 아래와 같이 답장을 해왔습니다
원문을 그대로 올리니 ㅎ ㅎ ㅎ 몇몇 단어는 순화시켜서 읽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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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로 온 한국이 난리입니다.
꽃다운 아이들의 떼죽음... 도대체 침몰원인은 무엇인가, 그 죽일 놈의 선장은 도대체 어떻게 된 작자냐, 평생 고생하다 제주에 정착하러 가던 가족의 비극 등등 꼬리를 무는 의문과 의견과 낭설.
아직도 진행형인 사고에 대하여 섣부른 판단을 할 수는 없겠지만 - 그 방면 미국전문가의 눈을 통해 대략의 윤곽을 아시고 사태의 추이를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이러한 사고는 꼭 후진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아직도 한국은 멀었다 등 지나친 자학은 필요없습니다. 사고는 어떤 수준의 나라에서도 발생하며 그 규모나 원인으로나 어떤 형태의 사고든 어떤 나라에서도 발생합니다. 다만 그 조사와 처리과정에서 각 나라의 수준이 들어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 사고를 대하는 한국인의 수준이 '후진적' 일 뿐 아니라 거의 '미개한' 수준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가 막히고 천지가 무너진 심사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현재진행중인 구조팀에 이래라 저래라 억지를 쓰질 않나 조사나온 공무원의 뺨을 치지 않나, 심지어 총리라는 사람에게 분풀이하는 가족들의 광분은 도저히 이해할 수도 동정할 수도 없는 짐승수준의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이 당연하게 보인다면 바로 그것이 한국인의 후진성이라 하겠습니다.

사고가 터지고 가장 개탄스럽게 느낀 것이 한국 언론방송의 수준입니다. 그야말로 황색저널리즘의 극치입니다. 시민들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유도해야할 언론이 오히려 말초적 호기심과 1차적 분노의 불길을 조장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제 사고원인에 대한 염 선장의 의견입니다.

현직에서 배 안전사고와 화물의 안전적재를 검사/조사하는 제 눈에는 그 선박의 운명과 선장이니 선원들의 무책임했던 행동, 엄청난 패닉하에서 우왕좌왕했을 승객들의 비극적 장면들이 모두 일련적으로 선명하게 보입니다.

폭풍 등 기상적 원인, 타 선박과 충돌, 암초로 인한 선체대미지... 등의 직접적 외부원인을 제거하면 이 경우 침몰의 원인은 간단합니다. "복원력의 상실" 입니다. 직접적 원인이 무엇이었든 결국 복원력의 문제입니다. 복원력이란 안정성 (Stability) 이라고도 표현하는데, 물에 떠있는 선박이 바로 서있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가져야하는 힘입니다.

복원력이란 선박이 경사했다가도 다시 제 자리로 일어나려는 힘을 말합니다. 이 복원력이 너무 적거나 네거티브인 경우, 아주 작은 외력에 의해 또는 스스로의 운동에 의해서도 간단하게 경사를 시작하여 침몰하게 됩니다. 극단적인 경우, 실제로 그런 사고가 있었습니다, 부두에서 출항하기 위하여 줄을 떼자마자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침몰한 배도 있습니다. (그런 배는 네거티브 복원력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선박의 모든 상황에서 선장과 1등항해사는 항상 자선의 복원력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계산은 1등항해사가 하는데 지금은 컴퓨터가 등장하여 입력만 정확하게 하면 아주 빠르고 쉽게 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염 선장이 배를 처음 타던 70년대만 해도 그거 일일이 계산기 두들기며 개고생했심다). 문제는 그런걸 해야 한다는 개념조차 없는 자슥들이 배를 몰고 다니기도 한다는 현실이지요. 싸게 사람쓰자니 그리 되는 겁니다.

저 세월호의 경우, 상기모냥 그 자리에서 무조건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작은 외력이나 자체운동에 의해 쓰러질 정도로 복원력이 적었던 겁니다. 침몰지점이 중요한 변침점 (Course changing point) 이었다고 하는데 - 중요한 변침점이란 대각변침을 뜻합니다 - 이는 결정적인 단서의 하나입니다. 복원력이 약한 상태에서 무리한 대각변침을 하면 스스로 경사를 시작하고 그 경사를 일으키는 원심력이 복원력보다 크면 배는 쓰러지는 겁니다. 그래서 저런 지점은 필히 선장이 입회하여 아주 스므스하게, 작은 각도로 여러번, 변침을 해야 하는데, 저 죽일 놈의 그 배 선장은 그 시각에 어디서 라면이라도 끓여먹고 있었는지 선교에 아예 없었다더군요. (가증스럽게도 당시 자신은 선교에 없어 상황을 모르겠다고 변명하던데... 하 이런 돌쌍무식한 개쉐기를 봤나... 그보다는 당시 선교에 없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대역죄인 겁니다. 개자슥이 뱃사람 망신을 시킵니다!)

그럼에 불구하고 의문은 여전합니다. 그렇다면 복원력은 왜 그리 작았을까?
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무리한 변침' 이며,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과소한 복원력' 이라 보입니다. 복원력이 충분하면 대각변침도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러니, 방송에 떠드는 이러쿵저러쿵 온갖 상상보다는 바로 이 복원력 문제를 규명해야 사고전말이 이해될 것입니다.

오뚝이를 아시지요? 아무렇게나 굴려도 꺼떡대다가 결국 똑바로 서는 물건말입니다. 그 오뚝이는 바닥에 납덩어리를 붙여서 만드는데, 그로 인해 무게중심이 바닥에 있기 때문에 '복원력'이 좋은 겁니다. 배도 마찬가지에요. 적당한 무게를 바닥에 가져야 안정성을 유지합니다.

세월호의 화물적재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결정적 말은 못 하겠지만, 틀림없이 상부쪽에 (Heavy top) 무게가 많았을 것입니다. 함부로 짐작해보는거지만, 개념없는 회사놈들이 제대로 플랜확인도 없이 무턱대고 배에 짐 올리고 배에선 "관례적으로" 그냥 싣고 그런겁니다. 복원력이 넉넉할 때엔 사소한 무게의 변동이 문제 안 되지만, 복원력이 애초 넉넉치 못한 환경에서는 사소한 무게이동이 큰 변화를 일으킵니다. 짐위에 올려진 최후의 바늘 하나가 낙타 등을 분지르는 원리지요.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그렇지만 브레이크장치가 없었던게지요. 감히 말하지만 - 기업들은 그런 브레이크장치를 대개 돈잡아먹는 쓸데없는 절차로 칩니다. 그런게 한국에만 있는 현상은 아닙니다. 욕심사나운 개쉐기들은 미국이고 유럽이고 세상천지 없는 데가 없지요.

이런 수도 있긴 합니다. 배의 디자인 자체가 잘못 된 것. 그러나 그 배가 이미 일본에서 장기간 안전하게 움직였다는 역사로 보아 그러한 의문은 아닌 듯. 그 배가 오래 된 고물이라네 뭐네 그런건 문제가 아닙니다. 배는 관리에 따라 수십년을 쓸 수 있는 물건입니다. 티비에 보니까 낙후된 고물을 사다가 어쩌고 그럴듯하게 선동하는 앵커가 있던데... 참 한심스러운 구라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변침점에서 자체운동만으로 경사를 일으킨 본선은 복원력이 부족하여 결국 쓰러집니다. 쓰러지고 '한참은' 그 상태로 있게 됩니다. 일단은 그 상태에서 본선은 안정성을 찾은거니까요. (이 안정성이란 물리적 관점에서의 균형 - equilibrium- 을 뜻합니다.) 그런데 옆으로 자빠진 상태에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즉, 본선내부로 물이 들어갑니다. 물이 차게 되면 그 자체로 또하나의 거대한 무게중심의 이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 무게중심의 이동방향이 부력의 방향과 반대이므로 배는 드디어 서서히 꼴라당 완전히 뒤집히는 겁니다.

본선의 초기경사에서 고박이 풀린 화물이 경사쪽으로 굴러가 부딛치며 꽈당탕 천지개벽하는 굉음을 만듭니다. 사고 초기에 승객들이 들은 소리가 그겁니다. 물론 경사쪽으로 굴러가니까 더욱 경사를 부채질하지요.

원인과 책임 여하에 불구하고 가장 뼈아프게 통탄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 저 선체경사의 초반상황에서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 불구하고 그 시간을 우왕좌왕 헛되이보내고 결국 본선은 수많은 생명과 함께 꼴라당 뒤집혔다는 기막힌 상황전개입니다. 그 소중한 시각에 선장이며 항해사 기관사 선원들 모두 일단 저 살겠다고 도망했다는데... 선장 뿐 아니라 그 선원 모두를 감방에 보내야 합니다.
여러가지 잘자브레한 얘깃거리가 더 있겠으나 대략 이 정도로 줄입니다.

배가 뒤집히기까지 두 시간 반이나 걸렸음에 불구하고 모든 인명을 구조하지 못 했음은 저 육시럴 천하의 시러베종자 선장과 그 선원의 탓이라 결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