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학습도우미

이예경 2013. 10. 4. 23:01

뒤늦게  나는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물론 뭔가 해보고싶어서 공부를 한 것이다. 

처음에는 여기저기 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내보았는데 나이를 앞세워 오라는 데가 없었다

풀타임도 마다하지 않을 각오가 있었으나 실제상황 무리스런 점이 있었다

내가 척추 수술한지 겨우 6개월밖에 안되어 조심을 해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격증  따놓고 그냥 사장시킬 수는 없는일. 칼을 뺏으면 호박이라도 찔러봐야하는거 아닌가

 

시간이 조금 남아서 뭔가 아르바이트를 원하던 중 사회복지사 사이트에서 학습도우미 구인광고를 보았다.

먼저 인터넷으로 서류를 접수 시켰고 전화를 해보니 젊은 여자가 받아서는 60세가 넘은 사람은 쓰지 않는다고 하였다.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가. 애들 이뻐하고 실력있게 잘 가르치면 되지 ....그러나 일차적으로는 뽑는 사람 맘이다.

 

그런데 그 다음날 센터장이라는 여자분이 전화를 했다. 중학교 영어를 가르쳐 달라는 것이다.

보아하니 나의 사회복지사 자격증보다는 미국에 살았던 경력에 끌렸던게 아닐까.

그점에서 나는 좀 당혹스러운 감은 있었으나 반가운 마음에 무조건 수락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본 후 생각해 볼 일이다. 그래서 나의 영어선생 일이 시작되었다

 

저녁 6시반부터 9시까지 중학생들 영어공부를 시키는게 나의 일이다

보아하니 영어란 과목이 아이들에게 인기좋은 과목은 아닌듯 했다

중2 학생들은 공부시작할 생각은 없고 질문이 쏟아졌다. 영어는 해서 뭘하나.

영어는 포기했다 하기싫다 하면서 집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준다느니 잡담이 아주 많았다.

나는 그럴사하게 모든 질문에 답을 명쾌하게 해주었다.

 

한달이 지나니 아이들이 아주 차분해지고 착해졌고  수업분위기도 좋아졌다.

처음에 그렇게 소란하고 들떴던 아이들이 어찌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을까.

그래서 담당 교사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 선생이 배시시웃더니

 "간보기를 한거에요. 처음 온 교사에게는 원래 그렇게 한답니다." 한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하품이 나왔다.

 

그렇거나 말거나 나는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점점 재미가 붙어 피로한 줄도 몰랐다.

하루하루 실력이 늘어가는 모습이 마치 베란다 화초가 나날이 커가는 것 같이 내게 잔잔한 기쁨을 주었 다.

또한 맞벌이 하느라 부모가 바쁘거나 조손가정 편부모가정 아이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도 보람이 느껴졌다

 

남편은 저녁이라 피곤하지 않느냐고 걱정을 했지만 피곤하기는 커녕 운동도 되고 좋은것 같았다

평소에는 저녁식사후 대충 치우고 티비 앞에 앉아 딩굴다가 잠들기 마련이었는데

그대신에 운동삼아 30분정도 슬슬 걸어가서 아  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9시에 콧노래를 부르면서 귀가하니 뭔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