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비오는 날의 성묘길

이예경 2013. 9. 12. 00:00

추석이 일주일 남았다. 해마다  추석 당일 아침에 성묘를 갔었지만

올해는 바쁜 자손들 편의를 봐줄겸 평일에 두노인네만 다녀오기로했다

일단 교통이 안밀릴것이고 집에서 만나면 조손 간에도

여유있게 대화를 나누며 애들과 시간을 보내자는 생각에서다

 

올해는 년초부터 친정아버님의 병환이 위중해서 내내 병원을 오락가락하였고

초상 치루고 후유증도 만만찮아서 정신없이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나이들고는 사건 사고도 많고 하루하루 세월이 어찌나 빠른지

화살같다는 과장된 표현에도 공감이 갈 정도이다

 

오늘은 8시전에 집을 나서면서 출퇴근 차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하행선은 원활했고 대신에 반대쪽 차선은 서울가는 상행선이라 체증이 심했다

추석날에 2시간 걸리던 거리를 1시간 걸려 산소에 도착했다

 

용인공원은 갈때마다 바뀐다

얼마전까지 푸른언덕이던 곳이 거대한 납골묘 단지로 변해있었다

잔디로 덮힌 봉안묘와는 달리 주황색벽돌로 거대한 층층대를 쌓아올렸다

 

우리가 어릴적에는 정원이 있는 단층 기와집에 살았다가 지금은 고층아파트에 사는 것처럼

조상님들도 옛날에는 푸른 잔디아래 모셨는데 요즘은 층층이 납골묘에 주무시니 공통점이 있다

아파트가 처음에는 5층이다가 10층 15층되고 이제 65층도 생기는 마당에

앞으로는 납골당이라고 그렇게 높아지지 못할것도 없겠다는 그림이 떠올라 웬지 가슴이 답답해진다 

 

 

 

사실 시아버님은 생각이 앞서가는 분이라 화장을 원하셨는데

시어머님과 아드님들은 웬일인지 봉안묘에 의견일치를 보아 그렇게 진행했다

어릴적 할아버님 산소에 친척들이 모여 정성스럽게 차례를 지내고

음식이 풍요롭던 추억을 가졌기에 그렇게 살고 싶었나보다

 

요즘에는 자연적이라며 수목장, 호수나 강물에 뿌리기 등

자유로운 방법고 절하고 어딜을 주장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모두 일리가 있기는 하나 만약 내부모님이 그렇게 하셨다면

추석이나 한식에 어딜 바라보고 부모님 생각을 떠올릴까

매우 허전할것 같아서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지금 이정도에 머물수 있는 것도

웬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직은 65층까지는 아니니까 말이다

 

 

 

 

꽃삽으로 잡초를 솎아내고 남편과 둘이서 찬송 기도로 예배를 드리고 옛날 아버님 추억을 나누며 단출한 행사를 치루었다

비가 뿌렸다 개었다 했지만  마음이 편안하고 아버님을 뵌것 같고 소소하게 잘한것 같다. 아버님께서도 기뻐하셨을것 같다

우중이라 성묘객들이 별로 없어서 찬송가를 마음껒 부르니 가슴까지 시원해졌다 

 

 

내려오는 길에 메뚜기와 달개비꽃이 많아 어릴적 생각이 났다. 자연은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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