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기다려봐도 아무도 까투리 일지를 올리지 않아 기다리다못해
평소에 일지를 애독했던 데 대한 보답으로 토욜의 기억을 더듬어 써본다
아침에 부랴부랴 갔어도 난 지각, 그런데 복도에서 음악소리가 안들렸다
경신과 내가 같이 사랑방 문을 여니 평소처럼 모두들 와서 춤추고 있으려니 했던 내생각과 달리
11시가 넘었는데도 선생님 외 세명이 와있는데 옥자샘이 말했다
누구와 누구는 여행을 갔고 누구는 결혼식엘 갔고 누구는 김장을 한댄다
금욜에 문자 보낸사람이 은경도 영숙도 아닌 경자였던 이유를 그제서야 알았다
식탁에는 삼삼오오 들고온 간식으로 삶은 밤, 깍뚝 고구마 구이, 과일 등이 놓여있고
냉장고에서 물통도 꺼내다 놓으니 분위기가 따뜻하다
일단 장구춤으로 시작해서 선생님이 개인래쓴을 해주었다
장구춤에선 옥분의 미소를 따를 사람이 없다. 이렇게 흥겨운 춤이 또있겠느냐고
꼭 누가 간지럼이라도 태우는듯 방글방글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 우리까지 흥겨워진다
수양버들 나무가지가 바람에 나부끼듯 선생님의 춤사위에 절로 감탄이 나오고
질세라 따라하는 친구들의 발 동작이 날렵하다. 시작한지 몇달 안된것 같은데
무대에 오를 일이 있다고 맹연습을 하더니 상당한 진전이 보인다
역시 시험을 봐야 공부도 열심히 하고 긴장해서 잘 외워지나보다
그래에~ 하면 되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거야~
춤을 시작하자 다른 친구들이 우루루 와서 열명 남짓 장구춤을 추며 빙빙 돌아간다
나는 엄두가 안나 구경만 하다가 둘러보니 몇명 빼고는 웃는 표정이 아니다
지난주 호텔에서 리허설때 웃는 표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생각이 나서 둘러보았다
ㄱ아무개는 평소에도 잘웃지만 춤출 때는 더 잘 웃는다
평소에 잘 안웃는 ㄴ아무개는 춤만 시작하면 방글방글 웃기 시작하니 소녀같이 예쁘다
평소에도 잘 안웃는 ㄷ아무개는 역시 춤출때도 긴장하듯 심각한 표정이다
ㄹ아무개는 미소만 살짝, 입을 절대로 열지 않는다
그중에 이상적인 모습은 치아가 보이게 활짝 웃는 표정인것 같다
웃는 표정은 저절로 되지 않으니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연습때마다 거울 보며 동작만 신경쓰지 말고 웃는 얼굴 만들기도 같이 해보자
부채춤을 연습하기에 나도 용기를 내어 대열에 들어갔다
오늘은 퇴장을 깔끔하게 하는 동작을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부채를 펼친채 잔거름으로 무대끝까지 가서야 부채를 접으면서 내리면 된다
연습을 반복하니 차츰 모양이 잘되가고 그렇게 12시반까지 땀나게 무용을 했다
식사시간이 되니 저마다 들고 온 도시락을 식탁에 펼쳐 놓는다
점심도 안먹고 간다는 바쁜 몇사람을 복희가 쌈 하나씩 먹고 가라고 붙잡는다
굴과 빨간 무채- 김장김치속을 싱싱한 배추로 말아 한입씩 먹으니 입에 딱 붙는다
누구는 여분의 밥을 누구는 여분의 반찬으로 차려놓으니 한식부페 상이 부럽쟎다
우리들은 식탁에 세상얘기까지 펼쳐놓고 깔깔 웃고 기분전환을 했다
그래도 문득 선배의 입담과 영숙의 애교스런 굵은 맞장구가 그리웠다
오후에는 선생님과 함께 정리 운동을 하였고 선생님이 가신 후에는 자습....
복희의 인도로 우리끼리 아리장, 어우동을 복습했는데
오랜만에 해보니 고칠데가 눈에 띠어 서로가 지적해주며 반복 연습을 하였다
자리에는 없어도 전에 친구들의 지적하던 목소리들이 귀에 쟁쟁하다
더워서 히터는 아예 끄고 선풍기를 틀어야했다
하와이연정, 데저트 로즈, 마니마니도 해보았는데
동작 중간에 좀 까먹은 부분이 있어 순서를 완벽하게 외우는 은경이 생각이 많이 났다
다행이 나명희가 아이패드를 틀어주어 순서를 체크하며 연습할 수 있었다
그래도 자화자찬인지는 몰라도 왕초보시절에 비교하면 엄청 잘하고 있다
땀이 날때까지 찬찬이 반복 연습을 하고 세시경에 뒷정리하고 나왔다
그런데,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있나
끝까지 남은 다섯명이 단골방앗간에 들러 경애가 쏘는 단골반지빵을 나누고
블루베리밀크쉐이크와 유자쉐이크에 목을 축이며 옛날 얘기에 빠졌다.
젊은 날에 바쁘게 살던 시절, 어려움을 극복한 체험담을 나누며 감동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나이가 몇이냐....살면서 어려운 고비도 많았지....
경자가 뒤늦게 핸드폰을 열어보더니 어이쿠! 한다
순복이가 오려고 경자에게 전화를 여러번 했다는데 ......
우린 춤 삼매경에 빠져 아무도 벨소리를 듣지 못해 미안했다.
집을 이사하는 중에 바자회에 내놓을 것들이 많이 생겼단다
그래, 우린 정리하며 사는 나이가 되었다
아직 정든 것을 뿌리치지 못해 정리를 못한 것도 많은데....
남이 그러면 욕심때문이라 하고, 내가 그러는건 인간적인 정때문이라고 하니 나도 웃긴다.
쓰레기 아닌 쓰레기를 끼고 사니 장롱이니 벽장이 빌 새가 없다
나도 조만간 다시 열어봐야겠다
친구들 만나면 일차적으로는 춤추고 운동하고 웃으니 좋기도 하지만
이야기 중에 감동 받고 또한 생각할 기회가 되어 항상 배울 점이 많다
친구들아 건강하게 계속 춤추며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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