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에 아침 9시반경에 진주에 도착했다
엄마랑 장보러 마트에 다녀와서 다듬어 놓고 나서 잠시 나갔다올 예정이었다
안방에서는 힘쓰느라 기압을 넣는 것 같았고 몇가지 목소리가 합쳐서 들렸다
아버지가 완이와 김서방의 부축을 받고 화장실에 가는 중이었고 엄마는 옆에서 같이 돕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아버지께서 좌변기에 앉으셨는데 된장공장이 가동을 안해서
계속 기다리고, 엄마는 옆에서 거들며 목욕 준비를 생각하셨다
한참을 기다려도 공장이 계속 멈춘 상태인듯...그냥 목욕을 하셨다
완이랑 김서방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너무나 고생이 많았다
목욕이 끝나 주무실때 내가 방에 들어가도 아버지께서는
코를 드렁드렁 골으시며 잠에 떨어지신 상태라 인사도 못드렸다
부엌에서는 도우미 아줌마가 오셔서 설겆이 하고 거실 등의 먼지를 털고
방방이 다니며 걸래질로 깨끗이 청소했고 점심 전에 일이 끝나 퇴근했다
나는 냉장고를 살펴 파를 다듬어서 잘게 썰어놓고
피도라지를 껍질을 벗겨 깨끗이 씻어서 쪼개놓느라 2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11시경 은모할아버지네 할머니께서 오셨다
제수용으로 올리라고 송편, 인절미, 큼직한 과일을 정성스럽게 장만해오셨다
아버지방에 가서 인사드리니 아버지께서 매우 반가워하셨다
점심때가 되도록 부엌에서 엄마랑 이야기꽃을 피우시며 옛날 이야기를 나누시다가
식사준비를 해놓고 아버지를 모시러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기운 없다고 혼자 일어나실 수가 없다고 하시고 다리도 영 힘을 못 쓰셔서
할머니와 엄마와 내가 합동작전으로 아버지를 일으켜 위아래로 옷을 입히고
휠체어에 앉히고 하였는데 힘이 많이 들었고 시간도 엄청 많이 걸렸다
아버지는 지난번에 오셨을 때보다 많이 쇄약해지신 것 같다
식탁에서 나와 할머니를 포함 네 분의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였다
반찬을 종류대로 일일이 다진 것을 아버지 앞에 놓아드렸고
아버지께선 식사를 조금 하셨다..아마 변통이 안되서 식욕이 없으셨나보다
할머니는 조반을 늦게 들었다며 식사를 조금 하셨다
식사 중에 세 분 노인들이 옛날 이야기를 아주 많이 나누었고
아버지께선 간간이 껄껄 웃으시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할머니도 어디가서 이런 얘기를 나누겠냐며 그런 얘기할 데가 있다는 사실이 좋다고 하셨다
엄마도 친정 동생을 만난듯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셨다
은모할아버지는 구파발 근처 납골당에 제일 좋은 자리를 잡아 편안하게 계시다고
사흘전에 할머니가 보고 왔다고 하시며 참 다행이라고 하신다
잔디를 깎을 필요도 없으니 잔걱정이 안되고 분위기가 넙고 깨끗하고 쾌적하댄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간편한 조건이 매사에 우선하게 되었다
세분이 이야기를 나누며 분위기가 좋아서
나는 안심하고 잠간 볼일보러 나갔다가 일이 생각보다 늦어져 6시반에 와서
오전에 쇼핑 못한 과일을 이것저것 사들고 들어가니
아버지께선 막 식사를 끝낸참이었다 내가 차려드렸어야했는데 미안했다
아버지는 식후에 티비를 한참 보시다가 오래 앉아있으니 엉치가 아프다고 하셔서
완이가 부엌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 아버지를 방에 눕혀드렸다
이틀밤 지낸뒤부터 아버지는 식구들이 힘들겠으니 병원에 들어가시겠다고 하셨댄다
아버지는 식구들의 사랑을 확인하고, 우리는 아버지의 병환상태를 점검하는 만남이다
우리가 다 아는 얘긴데 아버지 티비 보실때 소리 볼륨을 얼마나 얼마나 높이시던가
그런데 우리 모두는 아버지를 사랑하므로 참을 수 밖에 .....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시고 티비를 끈 후에야 집안이 잠잠해졌다
아버지가 주무시는 동안 엄마랑 옛날 고향얘기며 해묵은 추억담을 듣는 사이사이
아버지 기저귀도 갈아드리랴 물도 갖다드리랴 왔다갔다했고
완이는 아버지 옆에 앉아 말동무를 해드리기도 했다
안방에는 아버지와 엄마, 건넌방에는 기주네 식구들, 거실에서 평풍 치고 내가 잤다
자동차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 창문이 열렸나 했는데 다시 봐도 열린 문은 없었다
그것도 잠시 편안하게 잘 자고 꿈도 꾸면서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