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영국과 체벌-이규태

이예경 2012. 7. 30. 09:21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영국 자장가다. ‘고요히 잘 자라 가지 끝에/바람이 불면 요람이 흔들리는데/보채면 가지가 꺾여/요람이 땅에 떨어지고 /아기도 떨어지고….’ 영국 아기들은 이처럼 보채면 응수를 받는다는 체벌이 침투된 자장가를 듣고 자란다. 줄넘기할 때가 되면 ‘바닷가에서 굴러 조니가 밀크 병을 깼네./내가 밀었다고 핑계대기에/나는 엄마에게 일렀고/엄마는 아빠에게 일러/조니는 엉덩이 맡기를/한 번… 두 번… 세 번….’ 이렇게 폴짝폴짝 줄넘기를 해나간다. 놀이 노래에까지 침투한 체벌이다.

 

영국왕실에서는 왕자를 기숙학교에 보내어 응석 단절교육을 시키는데 매맞을 일을 하면 지엄한 몸을 때릴 수 없다 하여 대신 매를 맞는 태동(笞童)을 정해놓고 매질을 했다. 지금의 찰스 왕세자는 태동을 두지 않고 실제로 매를 맞은 최초의 왕자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학생인 유길준(兪吉濬)이 유학했던 미국 거버너 더머 기숙학교에 가보면 100여 년 전 학교건물이 보존돼 있는데 교실 하나 교무실 하나, 그리고 그 중간에 매를 치는 태실(笞室)로 이루어져 있다. 매 맞을 일을 하면 과실을 자인시키고 태실에 데려다 교장선생님이 소정의 매를 쳤다. 영미계(英美系) 학교들에서 체벌의 비중을 말해주는 태실이 아닐 수 없다.

 

십 수 년 전만 해도 영국 잡화상에서는 케인과 패들 등 체벌용 매를 팔았으며 영국 집에 초대되어 가면 벽에 이 매가 걸려 있나 여부로 이 집의 신분이 중상류 계급인 젠트리(gentry)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상식이었을 만큼 체벌은 고급문화였다. 유목생활에서 가축들을 기르고 버릇들이는 데 매질이 일상화하여 내려온 것이 유럽 체벌문화의 뿌리 가운데 한 가닥이요, 유럽중세 시대에는 어린이란 오로지 ‘작은 어른’일 뿐이며 미완성 인간으로서, 완성수단으로 체벌이 종교적으로 합법화하였었다는 것이 다른 한 가닥이다.

 

버트런드 러셀마저도 어린아이들 속에는 악마가 들어 있으며 이를 내쫓는 수단으로 체벌을 합리화하고 있다. 교육상 체벌을 합법화해온 마지막 나라가 영국이요,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인도·파키스탄·태국·남아공 등 영국의 영향을 받은 나라들에서 체벌이 나름대로 숨 쉬어 왔다. 한데 영국 노동당이 체벌금지법의 입법을 예고했고 초당적 호응을 얻고 있어 체벌종주국이 증발 전야에 놓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