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단식 - 이규태

이예경 2012. 7. 30. 09:18

미국작가 마크 트웨인은 ‘단식 권유’라는 신문 칼럼에서 43일간 해상을 떠돈 표류민들이 그 단식으로 어느 한 사람 예외 없이 지병이 사라졌음을 듣고 건강단식을 권유했다. 우리 조상들 흉년이 닥치면 콩과 삼씨(대마자·大麻子)로 단자를 만들어 식구들 울면서 나누어 먹는 관행이 있었으니 그로써 이레 동안 굶을 수 있다는 슬프디 슬픈 단식문화였다. 초나라 지방장관인 섭공(葉公)이 자로(子路)에게 물었다. 당신 스승인 공자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태도가 불손하여 대답하지 않았다고 공자에게 말하자 ‘무슨 일에 흥분하면 며칠이고 밥을 안 먹는 그런 사람이라고 말해주지 그랬느냐’고 했다. 이처럼 성인도 흥분하면 단식을 한다. 소원을 간절하게 빌 때도 신명을 입고자 단식을 했다. 부모의 병이 낫기를 빌거나 아들 낳기를 빌 때 7일 단식기도를 했다. ‘다라니 집경(集經)’에 불심과 접하는 수단으로 7일 단식을 권한 것과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가장 잦았던 단식은 힘으로 거역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당·불만·불복을 과시하는 수단으로써다. 영남 선비의 정신적 지주였던 최영경(崔永慶)이 모함으로 진주 옥에 갇히자 1000여 선비가 옥전에 연좌 단식을 한 것이며 최익현(崔益鉉)이 대마도 일본군기지에 억류당하자 단식으로 저항, 순국한 것이며 피압박민족으로서 선택빈도가 높았던 단식이다.

 

아일랜드 독립군사령관 맥스위니를 비롯, 영국 부인참정권운동의 지도자 팽크허스트 그리고 베트남 반전영웅 딕 그레고리 등이 그러했듯이 서양사람들 흔히들 40일 단식하는데 그리스도의 사순(四旬)고행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인도 민족영웅 간디는 17회에 걸쳐 20일 내외의 단식을 했고 단식하는 동안 백성들은 밤에 등화를 켜지 않는 것으로 동조했다. 파리의 여류 모델 피숑이 써 남긴 단식 자살일기에 ‘심장이 텅 빈 것 같다’(17일째), ‘수프 한 그릇 얻을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32일째), ‘소금 통 속에서 내장을 모두 토해버린 달팽이 같다’(36일째). 못 먹어 기운 빠지는 것만이 아닌 가공할 고통임을 알 수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당사에서 병원에 실려 갈 때까지를 어림으로 단식 중이다. 단식기간과 저항의 강도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민의의 연결고리에 공감의 감전(感電)만 시키면 단식에 구속받지 말고 일어서 강인한 리더십으로 앞장섰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