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노후설계 상담을 하면서.......4

이예경 2011. 12. 24. 16:35

어제는 노인복지관에서 1년의 총 결산을 보여주는 첫날이었다
이틀에 걸쳐서 핼사를 하는데 합창반, 고전무용반, 스포츠댄스, 사교댄스반 등은
무대를 빌어 시간 맟춰 발표회를 하게되고
서예반 꽃꽃이반 수채화반 유화반 사군자반 등은 작품을 전시한다
그리고 중국어 영어 일어등 어학반은 그 외국어로 합창을 한다고 들었다
 
오늘 복지관에 가보니 여기저기서 준비로 시끌벅적했다
노인들이 무용복을 입고 춤연습을 하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합창연습을 하고
글창작반에서는 시집출간파티를 한다는데 시낭송 연습을 하신다고
목소리를 높히면 옆에서 박수를 치며 더크게 더크게 하라고 소리친다 
시집의 책명은 "신, 노년의 정원"이란다
 
아침 10시부터 행사가 시작이라
필히 카메라를 챙겨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글창작반에 관계된 자초지종은 이렇다
애초에 노인들의 상담을 시작하고서 생각보다 노인들과 친하는게 쉽지 않아서
여기 70여개 강좌 중에 한가지라도 참여해보기로 하였다
힘도 덜 빼고 숙제도 없는  조용한 반 같아서 글창작반을 택했다
 
주로 70대부터 80대 중반까지의 할아버지 서너분, 할머니 열두엇과
70대 초반의 강사선생님까지 반이상이 머리가 하이얀 노인 천국같은 반이었다
그분들은 1년전에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여 처음에는 몇명 안되서
없어질 뻔 했던 반이었으나 지도강사님이 좋아서 반을 유지하기위해
자체내에서 자진해서 회원 늘이기 운동을 전개하여 지금같이 되었다했다
 
반장을 맡은 이가 곰살맞게 회원들을 잘 챙기고 간식 준비도 잘해오시고
개성이 강하신 몇분을 다독거리며 분위기를 둥글게 만들어가는것 같았다
노인들은 고집이 세서 한번 주장하기 시작하면 꺾이면 큰일 나는 줄 아신다
그래도 잘 보니까 절반 정도는 소녀시절부터 문학소녀의 꿈을 키우시던 분인것 같다
 
70~83세 노인들이지만 열심히 작품을 써오시고 수업분위기가 열기로 가득찼다
지도강사님의 지적에 따라 즉석에서 쓴 글을 활발하게 앞다투어 발표를 하였다
무슨 문예창작 특별반에 뽑혀온 이들 같다
 
그렇게 열심히 창작품을 가져오시더니 하나 둘 잡지에 투고 하셨고
올해 네 분이나 등단을 하셔서 기성작가의 대열에 오르셨다
 
모임의 회장은 과천시청에 동아리 지원금을 신청 해서
합격되어 일금  일백만원을 확보했다며 책을 엮어보자고 하셨다
 
그런데 작품은 열심히 모아서 책 낼 준비는 되었는데
알고보니 일백만원으로는 시집을 출간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라는걸 뒤늦게야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일백만원에 기뻐하던 회원들이 순식간에 모두 근심에 싸였다
한사람이 십만원을 내도 될까말까 라는 말에 모두 하품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를 쓴다는 것 만으로도 족하다고 등단은 해서 뭘하냐고 하시던 분들도
내달부터는 글창작반에 나오지 않겠다던 분들도
그럴수록 일단 쓰고 보자며 시를 짓는 열기는 나날이 높아만 갔다
문학 소녀 문학소년의 꿈은 무조건 부풀어만 가고 있었다
 
마침 내가 근무하는 상담실에 과장님이 들리셨는데
우연히  근황을 묻는 사회복지사님께 나는 글창작반의 답답함을 하소연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는 것 만으로도 웬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런데 과장님이 그 소식을 들으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시는거다
노인복지관에서 처음 시작한 글창작반에서 책을 엮으신다는데
노인복지관의 열매이니 당연히 여기서 후원을 해주는게 맞는것 같다고
예산을 얻어보겠으니 기다려 보라고 희망적인 말을 해주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있다고...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우여곡절끝에 사회복지사님의 연결로 후원자를 만나게되어
드디어 시집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
 
결국 노인복지관 4층 강당에서 조촐한 다과를 마련하고
지역인사들, 문인협회 사람들, 친구 지인들을 초청하여 출판기념회를 계획했다
 

글창작반에서 회의를 하여 출판기념식 행사 순서를 정하고
난생처음 시낭송을 해본다는 노인들이 많아서 처음에는 긴장감까지 돌었으나
한사람씩 나와서 시낭송을 연습하여 서로 고쳐주며 깔깔 웃고

분위기는 차츰 무르익어갔다......부라보!!!
 
출판기념회 당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강당을 채워주었고
회원들은 알고보니 모두가 무대체질이었다
청바지에 오리털 쟘바에 털모자를 쓰고 오시던 남학생들도 신사 정장으로 멋내고 왔고
여학생들도 공들여 이쁘게 화장하고 잘차려입고 딴사람같이 차리고 오셨다
 
회의때마다 깰박을 치던 사람에게 사회를 맡겼는데도
능청스럽게 유머ㅡㄹ 섞어가며 사회를 잘 보셨고
행사중 실수한 사람도 없고 너무나 매끄럽고 세련되게 행사를 마쳤다
시집 "신, 노녕의 정원"이 생각보다 많이 팔려서 기분이 좋았다
 
옥에 티라면 떡이 너무 인기가 많아서 할머니들이 두세개씩 가져가는 바람에
떡 쟁반 세개가 너무 빨리 바닥을 보인것....
 
뒷풀이를 하면서 서로 수고 많았다며 격려해주고 박수를 쳐주며
흐뭇한 저녁을 보냈다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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