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卍)자 무늬의 유래는?
불교와 절을 상징하는 것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만(卍)자 무늬가 아닌가 한다. 어느 절에나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이 무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증을 갖게 하지만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이 무늬가 어떻게 해서 불교의 상징처럼 되었으며, 이와 유사한 과거 나치 독일의 상징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卍자 무늬는 고대 인도를 비롯하여 페르시아, 그리스 등의 나라에서 두루 사용하였던 것이다. 대체로 태양이나 신령한 빛의 상징으로 보기도 하고, 성인의 몸에 난 털이 오른쪽으로 둥글게 돌아가는 모양이라고도 하며, 흐르는 물을 상징한다고 하는 등 의견이 다양하다. 이 무늬는 인도어로는 스바스티카(Svastika)이며, 서양에서는 스와스티카(swastika)라고 한다.
이 무늬의 본래의 모습은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만자무늬였다. 이 만자무늬가 중국에 전해진 후 당나라 때 卍(만)자라는 한자어가 만들어진 후 지금은 일반적으로 만자 무늬로 불리고 있다. 따라서 만자 무늬는 요즈음에는 한자의 卍자처럼 대부분 왼쪽으로 도는 모양을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오른쪽으로 도는 만자무늬가 더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모양이 다르다고 해서 굳이 구분해서 볼 필요는 없으며, 모두 같은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보면 된다.
이 무늬가 불교에서 받아들여진 후에는 부처가 지닌 성덕(聖德)과 길상(吉祥), 그리고 행복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부처가 수행할 때 풀방석을 깔고 앉았는데, 방석 재료가 바로 잎의 모양이 卍자인 길상초였다는 것이다. 이후 卍자 무늬는 불교를 상징하는 기호가 됐다고 한다. 또 부처의 양 눈썹 사이에 있는 흰 털인 백호가 오른쪽으로 말아 돌아가는 것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대승 불교의 경전에는 "부처의 가슴에는 훌륭한 분의 특징인 卍자 모양이 있다."라는 구절이 있다. 따라서 불상을 만들 때 가슴에 卍자를 새기는 경우가 많다.
<사진21023> 불상 가슴의 만자무늬(강화 보문사 마애불). 불교의 경전에는 "부처의 가슴에는 훌륭한 분의 특징인 卍자 모양이 있다."라는 구절이 있다. 따라서 불상을 만들 때 가슴에 卍자를 새기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창문이나 난간, 깃발 등 절 장식에도 두루 사용되고 있다. 특히 법당 지붕의 합각부에 이 무늬가 장식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의 소승 불교권에서는 이 무늬를 찾아보기 힘들며, 중국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대승 불교권에서만 유행하고 있다.
한때 서양의 불교학자들은 卍자 무늬의 가운데를 떼어내면 알파벳의 'L'자가 4개가 된다고 보아, 卍자 무늬를 4L 즉, 생명(Life), 광명(Light), 자비(Love), 자유(Liberty) 등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그리하여 이를 불교도의 생활지침으로 삼기도 했으나 나치의 상징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卍자 무늬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나치 독일이 이 스와스티카를 상징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히틀러가 이 문양을 상징으로 사용한 것은 변형된 십자가인 '게르만 십자가'에서 유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갈고리 십자가'라는 뜻으로 하켄크로이츠라고 한다. 하켄크로이츠는 오른쪽으로 도는 만자무늬 모양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히틀러의 측근 중에 티베트 불교에 관심이 있는 자가 있어서 이를 빌려다 사용했다는 견해도 있다. 이미 고대부터 사용되었던 만큼 그 유래가 어떠한가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치가 이를 도입한 것은 독일 민족이 아리안족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민족이라는 것을 강조함과 동시에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는 상징적 의미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치 패망 후에는 독재와 죽음, 공포의 상징으로 변모하고 말아서 서양에서는 기피하는 무늬가 되고 말았다.
<사진21021> 서울 강남구 봉은사 대웅전 지붕 합각부의 만자무늬. 우리나라의 절에서 만자 무늬를 보기는 쉬운 일이다. 지붕의 옆면 합각부에 만자무늬를 넣는 경우가 많다.
<사진21022> 예산 수덕사 만자무늬 화단. 독특하게도 수덕사에서는 화단에 꽃으로 만자무늬를 만들어 놓았다.
<사진21024> 나치 독일의 스와스티카. 나치가 이 무늬를 사용한 이후에는 독재와 죽음, 공포의 상징으로 변모하여 서양에서는 기피하는 무늬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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