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와 마피아가 닮은 이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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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서 ‘찌르륵’이란 의성어를 ‘찌르레기나 곤충 따위가 우는 소리’라고 정의해놓은 걸 보면 찌르레기란 이름은 그 울음에서 유래된 말임을 추측할 수 있다. 뻐꾸기도 그런 경우다. 여름이 되면 멀리 숲속에서 뻐꾹 뻐꾹 하며 우는 정겨운 울음소리로 인해 뻐꾸기란 이름을 얻었다. 이처럼 아름답고 정겨운 울음소리의 이미지를 지닌 이 두 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둘 다 탁란(托卵) 습성을 지닌 새라는 점이다. 탁란이란 남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기르게 하는 습성을 일컫는다. 하지만 남의 새끼를 양육비 한 푼 받지 않고 곱게 키워줄 바보 같은 새는 없다. 따라서 탁란을 하는 새는 고도의 속임수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뻐꾸기는 우선 남의 둥지에 알을 낳기 전에 그 둥지에 들어 있던 알을 1~2개 없애 버린다. 둥지 주인인 숙주새를 감쪽같이 속이고 자기 알의 부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때 알 색깔이 둥지 속의 알 색깔과 같아야 들키지 않는다. 따라서 뻐꾸기는 같은 종이라도 숙주새의 알에 따라 서로 다른 색의 알을 낳는 능력을 지녔다. 우리나라의 뻐꾸기는 주로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탁란을 하는데, 알 색깔도 그와 비슷한 파란색으로 낳는다. 이에 비해 개개비 둥지에 주로 탁란을 하는 일본의 뻐꾸기는 개개비 알과 비슷한 흰색 바탕의 검은색 반점이 있는 알을 낳는 것. 또한 뻐꾸기 알은 부화에 소요되는 일수가 조류 중에서 가장 짧은 11~12일 정도이다. 이미 알품기가 시작된 남의 둥지에 뒤늦게 알을 맡겨 똑같이 혹은 먼저 태어나게 하려면 빨리 부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남의 둥지에서 태어나는 새끼 뻐꾸기의 속임수 능력도 어미 못지않다. 먼저 부화한 뻐꾸기 새끼는 눈도 채 뜨지 못한 상태에서 둥지 속의 다른 알을 밖으로 밀어내버린다. 덩치가 큰 뻐꾸기는 성장하기까지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새끼 5마리가 먹는 분량의 먹이를 섭취해야 한다. 따라서 다른 새끼들을 없애야 먹이를 독차지해 살아남을 수 있다. 이렇게 혼자 남겨진 뻐꾸기 새끼는 자라면서도 계모인 숙주새를 끊임없이 속인다. 보통 새의 새끼는 ‘삐약....삐약....삐약’ 하며 단속적으로 울지만, 뻐꾸기 새끼는 ‘삐약,삐약,삐약’하며 연속적인 울음소리를 낸다. 그래야만 숙주새가 여러 마리의 새끼가 있는 것으로 오인해 자주 먹이를 물어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탁란을 당하는 숙주새도 결코 만만치 않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파란색 알을 낳는 것도 있는 반면 하얀색 알을 낳는 개체도 있다. 하얀색 알을 낳는 것은 뻐꾸기가 자기 둥지에 탁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견된 굴뚝새의 경우 알에서 부화한 뻐꾸기 새끼를 눈치 채고 굶겨죽이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굴뚝새는 울음소리로 뻐꾸기 새끼임을 눈치 채는데, 그에 따라 뻐꾸기 새끼는 굴뚝새의 새끼 울음소리를 흉내내기까지 한다. 이와 같이 예민한 숙주새들은 탁란을 눈치 채면 그 알을 없애거나 둥지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아무리 영악한 뻐꾸기라도 탁란에 성공하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뻐꾸기는 자신의 알이 거절당한 것을 알면 그 둥지 안에 있는 것을 모두 파괴해 버린다. 피해를 당한 새가 가까이에 새로 둥지를 만들면 또다시 찾아가 부숴버리는 경우도 있다. 또 탁란 시기를 놓쳐 붉은머리오목눈이 새끼들이 이미 태어나 있을 경우 뻐꾸기 어미는 그 새끼들을 무자비하게 죽여 버린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새로 알을 낳게 하기 위해서다. 이런 뻐꾸기의 무자비한 행동을 마피아 가설이라 한다. 미국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연구진이 최근에 갈색머리 찌르레기들에게서도 이런 마피아식의 보복 행위를 관찰했다고 한다. 휘파람새의 둥지에 탁란을 한 후 다시 둥지를 찾아가 자기 알이 없을 경우 절반 이상의 찌르레기들이 둥지를 쑥대밭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뻐꾸기와 찌르레기, 그리고 마피아 간에는 공통점이 많다. 남을 속여야 살 수 있고, 들켰을 때는 무자비한 보복을 한다. 그리고 겉으로는 화려하고 멋있는 소리를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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