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성악 발성법

한국 전통음악의 미

이예경 2011. 3. 20. 01:14

한국 전통음악의 미

서울대 교수 황 준 연

 

1. 한국 전통음악

한 나라의 문화는 그 나라의 지형을 닮는다.

음악도 마찬가지여서 중국의 음악은 중국의 광활한 지형처럼 일정한 4박 계통이 많다.

일본의 경우는 중국의 대세를 따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한국은 독특하고 완만한 한국의 산형처럼 3박이나 5박이 많이 발달했다.

 

2. 한국의 궁중음악

우리나라는 예악(禮樂)이 형벌보다 낫다 하여 1474년 <국조오례>로 의식의 궤범을 정돈하고

1493년 <악학궤범>으로 인심의 화합을 꾀하였다.

길례(吉禮:제례의식), 흉례(凶禮:장례의식), 군례(軍禮:군사의식), 빈례(賓禮:사신의식), 가례(家禮:축하의식)의

다섯 의례(五禮) 중 길례인 제사를 으뜸으로 여겼으며, 이를 '효' 실천의 근본으로 삼았다.

 

조선조 순조 9년(1809년) 어람용 의식궤범으로 제작되어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 간 후 영국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외규장각 도서

<기사 진표리 진찬의궤(己巳進表裏進饌儀軌)>에는

순조가 혜경궁 홍씨의 장수를 기원하며 베푼 잔치를 묘사한 것으로

궁중음악의 모습이 자세하고도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궁중음악은 음양의 조화를 이루듯 2개의 오케스트라로 나뉘어 있는데,

부드러운 음률로 노랫말이 없는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인 등가(登歌)와

노랫말 있는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으로 강한 박자를 연주하는 헌가(軒架)로 이루어진다.

<선유락>은 궁중무용의 하나로 현재에도 전해지고 있다.

<세종실록악보>는 세종 때의 음악정리사업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이를 통하여 궁중음악이 이어지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6호와 제1호로 지정되어 보존·전승되고 있으며,

2001년 5월 18일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걸작으로 선정된 <종묘대제(宗廟大祭)>는

종묘에서 행하는 제향 의식으로, 조선시대의 나라제사 중 규모가 크고 중요한 제사였다.

종묘제례악은 하월대 위에 등가가 연주하고 아래 헌가가 연주를 하며 64명의 군무인 일무(팔일무)가 더해진다.

편종, 편경, 방향(方響)과 같은 타악기가 주선율이 되고,

여기에 당피리, 대금, 해금, 아쟁 등 현악기의 장식적인 선율이 부가된다.

이 위에 장구, 징, 태평소, 절고, 진고 등의 악기가 더욱 다양한 가락을 구사하고

노래가 중첩되면서 종묘제례악은 그 어떤 음악에서도 느끼기 어려운 중후함과 화려함을 전해준다.

 

<문묘제례악>은 공자와 그의 제자인 안자, 증자, 맹자등 유교 성인과

우리나라의 설총, 최치원등 명현 16인의 위패를 모신 사당에서 제사할 때 쓰이는 음악이다.

중국 상고시대에 기원을 둔 의식음악이었던 아악으로 본고장 중국에서는 이미 사라지고

고려 때부터 전승, 세종때 박연이 복원 발전시켜 우리나라에만 그 전통이 남아있으며,

매년 음력 2월과 8월에 성균관대성전에서 연희되어 왔다.

 

임금이 움직일 때는 항상 악대가 함께 움직였었다는 기록이 대사례(활쏘기 의식)를 묘사한 그림이나

<정조반차도(1795)>, 조선통신사를 일본인이 묘사한 그림 등에 잘 나타나 있다.

취타(吹打)와 세악(細樂)을 대규모로 갖춘 군악인 <대취타(大吹打)>는

태평소를 주 멜로디로 하여 반음계의 멜로디와 변조를 가진 현대성을 갖춘 음악이다.

 

3. 한국의 일반음악

궁궐에서 행해진 제례악, 행사음악, 의식음악과 양반들이 즐겼던 음악을 '정악'이라고 한다면

일반백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음악을 '민속악'이라고 한다.

정악에는 종묘제례악, 문묘제례악, 수제천, 대취타, 취타, 영산회상, 가곡 등이 있는데,

시끄럽지 않고 자연적인 소리를 주로 한 정악은 큰 변화는 없지만 변조들이 있어, 덤덤한 느낌이며 규모가 크다.

 

민속악에는 산조, 시나위, 판소리, 창극, 민요, 가야금병창, 사물놀이, 풍물놀이, 범패, 무속음악 등이 있다.

악기에도 정악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고, 표현력과 감정이 많이 느껴지고 역동적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영산제>는 봉원사에서 봉행되는 행사로 특징적이다.

 

4. 한국 전통음악의 미

정악이 가지는 아름다움은 숭고의 미, 자연의 미, 관조의 미라고 한다면,

민속악은 생동의 미, 신명의 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한국 전통음악이 가지는 아름다움이 더욱 공유되고 후세에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靈山會相> 감상노트

 

조선조 500년을 관통하여 오늘에 전승된 전통음악의 대표적 기악곡이다.

수 백 년 동안 명멸한 수많은 선비와 악사들에 의하여 거듭 다듬어지고 발달한 격조 높은 정악곡으로서,

거문고(玄琴) 가야금 대금 해금 세피리 양금 단소 장고 등의 악기로 합주한다.

 

<영산회상>이란 곡명은 ‘영산회상불보살’이란 가사에서 나왔다.

?악학궤범?(1497)의 기록에 의하면 이 곡은 성종조의 궁중연향에서 연주되었던 것이다.

이후 가사는 탈락하고 선율이 차츰 발전하였다.

원곡 <상령산>에서 <중령산> <세령산> <가락더리> 등이 차례로 파생하였고,

후에 <상현도드리>와 그 파생곡 <하현도드리>가 추가된다.

또한 <염불도드리>와 무악계통의 <타령> <군악>도 추가되어, 거편 <영산회상> 모음곡이 완성되었다.

 

<영산회상>은 이처럼 여러 악곡을 모아놓은 것이어서 악곡에 따라서 장단도 다양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영산회상>의 여러 장단은 모두 4분할 구조로 된 공통점을 가졌다.

예컨대 <상령산>과 <중령산>의 장단은 1刻 20박의 6+4+6+4박의 구조로 되었는데,

<세령산> 장단은 이것이 변하여 1각 10(3+2+3+2)박 구조로 된 것이고,

나아가서 그 10박 장단은 <상현도드리>의 6(2+1+2+1)박 장단으로,

또한 도드리 6박 장단은 <타령>의 4(1+1+1+1→3+3+3+3)박 장단으로 변하게 된다.

아울러 모든 장단에는 일정한 장고점이 각각의 상응하는 위치에 순서대로 들어가는 것이다(雙+鞭+鼓搖+-).

 

궁중에서는 <영산회상>을 雅名으로 <重光之曲>이라고 한다.

이처럼 민간의 선비음악은 궁중음악과 상호 관련된 것이 많다.

선비들은 궁중악사로부터 음악을 배우고 함께 발전시켰다.

수많은 민간의 필사본 ?琴譜?에 기록된 악곡들과 관찬악보에 수록된 많은 악곡들을 비교하면

상호 긴밀한 영향관계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영산회상(줄풍류)>과 아울러 그 파생곡인 <관악영산회상(대풍류)>과 <평조회상>도 민간에 소개되고 애호되었다.

 

한편 1800년경에 이르면 전통음악의 계면조 선율에서

슬프고 어두운 분위기의 음정(단3도)이 모두 사라지는 변화가 일어난다.

이 현상은 <영산회상>뿐만 아니라 전통성악곡 <歌曲>에서도 일률적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어두운 음정이 더 이상 계면조 선율에도 쓰이지 않게 되어

그 악곡들은 전체적으로 화평한 분위기의 음악으로 변하였다.

이러한 음악의 변화는 중용(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의 덕을 실천하는

조선 선비정신과 성리학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정악합주 음악의 멋은 장고장단에 맞추어 여러 악기가 각각의 독특한 선율을 연주하여

和而不同의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 아울러 <영산회상>은 매우 느린 한배로 시작하여

차츰 빠르게 전개되는 점입가경의 형식미와, 다양한 박자의 장단에 얹혀지는 관조적 선율로

탈속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