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시 산책

가을/ 김현승

이예경 2010. 11. 6. 15:57

가을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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