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시 산책

여백/ 도종환

이예경 2010. 8. 4. 12:14

여백        

                                                       도종환

언덕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지는

넉넉한 허공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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