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시 산책

부엌

이예경 2010. 8. 4. 12:32

            부 엌         

 

           

                                                                                    장석남

 

 늦은 밤에 뭘 생각하다가도 답답해지면

제일로 가볼 만한 곳은  역시 부엌밖에 없지.

     

커피를 마시자고 조용조용히 덜그럭대는 그 소리는 방금

내가 생각하다 놔둔 시 같고, (오 詩같고)

   

쪽창문에 몇 방울의 흔적을 보이며 막 지나치는 빗발은

나에게만 다가와 몸을 보이고 저만큼 멀어가는 허공의 유혹같아 마음 달뜨고, ( 오 詩여)

 

매일매일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 고요의 이 반질반질한 빛들을

나는 사진으로라도 찍어 볼까? 가스레인즈 위의 파란 불꽃은 어디에 꽂아두고

싶도록 어여쁘기만 하여라.

   

내가 빠져 나오면서 다시 사물을 정리하는 부엌의 공기는 다시 되돌아 보지 않아도 시 詩같고

공기속의 그릇들은 내 방의 책들보다 더 고요히 명징한 내용을 담고있어,

읽다가 먼데 보는 오 얄팍한 은색 銀色 시집 詩集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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