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의 일기장 / 이동순
아버님 돌아가신 후
남기신 일기장 한 권을 들고 왔다
모년 모일 "終日 本家"
''종일 본가''란
하루 온종일 집에만 계셨다는 이야기다
이 "종일 본가"가
전체의 8할이 훨씬 넘는 일기장을 뒤적이며
해 저문 저녁
침침한 눈으로 돋보기를 끼시고
그 날도 어제처럼
"종일 본가"를 쓰셨을
아버님의 고독한 노년을 생각한다
나는 오늘
일부러 "종일 본가"를 해보며
일기장의 빈 칸에 이런 글귀를 채워 넣던
아버님의 그 말할 수 없이
적적하던 심정을
혼자 곰곰이 헤아려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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