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시 산책

새해인사

이예경 2010. 1. 2. 19:07


새해를 향하여
- 임 영 조

다시 받는다
서설처럼 차고 빛부신
희망의 백지 한 장
누구나 공평하게 새로 받는다

이 순백의 반듯한 여백 위에
무엇이든 시작하면 잘될 것 같아
가슴 설레는 시험지 한 장
절대로 여벌은 없다

나는 또 무엇부터 적을까?
소학교 운동회날 억지로
스타트 라인에 선 아이처럼
도무지 난감하고 두렵다

이번만은 기필코...
인생에 대하여
행복에 대하여
건강에 대하여
몇번씩 고쳐 쓰는 답안지
그러나 정답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재수인가?  삼수인가?
아니면 영원한 미지수인가?
문득 내 나이가 무겁다

창문 밖 늙은 감나무 위엔
새 조끼를 입고 온 까치 한 쌍
까작까작 안부를 묻는다, 내내
소식 없던 친구의 연하장처럼
근하 신년 !  해피 뉴 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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