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시 산책

일 잘하는 사내 -박경리

이예경 2009. 12. 31. 17:57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젊은 눈망울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내 대답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
왜 울었을까

홀로 살다 홀로 남은
팔십 노구의 외로운 처지
그것이 안쓰러워 울었을까
저마다 맺힌 한이 있어 울었을까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을 거야
누구나 본질을 향한 회귀본능
누구나 순리에 대한 그리움
그것 때문에 울었을 거야

- 박경리

 

*박경리 :(1926~2008) 소설가. 경상남도 통영(統營) 출생. 대하소설 《토지(土地, 전16권)》를 써서 한국문학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였다. 1972년 《토지》로 월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집에 <못 떠나는 배>(1988), 유고시집에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2008)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