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시 산책

우표 붙이는 편지 / 김선화 시

이예경 2009. 8. 17. 01:29

우표 붙이는 편지


                                    김선화


 


  산골마을 돌던 집배원 총각은


  우리 언니 볼 발그레할 때


  ‘창말’ 사는 내 친구 언니랑


  연분을 맺었다


  자전거에 동여맸던 큰 가방 속엔


  그들의 붉은 사연도 들어있었던가 보다



  나도 가끔씩은


  우표 붙이는 편지를 받고 싶다


  그 맘, 필적에 녹아든 흔적을 받아


  담요에 코를 대는 어린아이처럼


  킁킁 냄새 맞고 싶다




  그러다 이따금씩


  가슴 바닥까지 적어 넣어


  우표


  딱


  붙이고 싶다. (2005. 2.)


 


  *2009. 8. 경기일보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