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시 산책

늘 혹은 때때로/ 조병화

이예경 2009. 7. 9. 17:16







    늘, 혹은 때때로


                              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