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전화를 했다
7/18~7/19 2박3일로 채석강 리조트로 피서를 가는게 어떠냐고 한다
지들끼리 연락을 해보니 그때가 서로 시간이 맞고
또한 리조트 숙박요금도 19일까지만 50% 할인행사를 하더라고 하면서....
남편은 애들 뜻이 그렇다는데 우린 그냥 무조건 오케이 해주잔다
다시 날짜 맞추기도 번거롭고 우리가 매해 못 갈 지도 모르는데 편하게 해주자고....
그런데 일기예보를 보니 천둥번개를 동반한 호우주의보 강풍경보로 나온다
7/20 부터 개이기 시작한다니 가야할지 안가야할지 모르겠다
원칙주의자인 남편은 정해진거 무조건 떠나자고 한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더니 매번 무조건 무조건이다
그런데 아들은 회사에서 7/18에 저녁6시나 회사일이 끝난다고
날더러 자기 식구들 데리고 아침에 먼저 채석강으로 떠나면 밤에 따라 오겠다고 한다
그렇지 애 둘 데리고 며느리 혼자 운전해서 가는건 무리다
차는 아들이 쓰게두고 우리차에 애들을 태워 먼저 가기로 했다
그런데 떠나기 전날에 딸네가 전화를 했다
60대 부모님을 운전하시게 할 수 없다고 자기네가 우리를 모시러 오기로 했다며
자기네 차는 작아서 에쿠스를 빌려 놓았다네~
나는 운전해서 며느리 데리고 가려했으니 차라리 딸네가 올케를 데리고 가주면
내 일을 더는 것이되니 편할 것 같은데 .....딸이 그렇게는 싫다고 한다
사위가 바빠서 작년에도 가족 여름휴가를 함께 가지 못했기에
사실은 딸이 바가지를 긁어서 바쁜사람 목을 끌고 겨우 같이 가는 거로 했다면서....
장인은 차를 몰게 두고 사위가 처남댁을 태우고 가는건 계획과 다르다며.....
부모님이 꼭 에쿠스를 타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들 생각엔 아내가 애들 데리고 일찍 가야 된다하고
딸생각엔 아들네는 모두 저녁에 같이 와야한다 하고....
딸과 아들은 자기들끼리 전화를 여러번 해가면서 실갱이를 한 것 같다
그러니 부모가 정리를 해줄 수 밖에 없다
내가 조심스럽게 양쪽으로 전화를 했고....
결국 아들과 며느리의 양해가 이루어져
우리는 사위가 모는 차를 타고 먼저 도착하여 바닷가에서 놀았고
아들네는 저녁에 온식구가 비오는 밤길을 달려 10시가 넘어 채석강에 도착
다행이 내려오는 길에는 비는 조금 뿌리다 말았다 하고 자는 애들을 업고 나타나
다들 모여 와인을 놓고 얘기꽃을 피웠다
다음 날에 수영이니 파도타기니 염전구경이니 새만금 구경이랑하고
채석강을 이리저리 다니며 손주들에게 바다를 주제로 자연공부를 많이 시켰다
저녁바다와 석양이 아름다웠다
떠나기 전에 우려했던 일기예보는 어찌된 셈인지 하나도 맞지 않아서
비 한방울 맞지 않았고 일요일에는 해까지 반짝 나서 아주 더웠다
덕분에 등이 빨갛게 타서 열이 나고 근지럽다
일기예보만 믿고 휴가를 취소했더라면 크게 후회했을뻔 했다
마침 7월20일이 남편 생일이라 19일 저녁에 생신파티를 했다
생일 노래하며 촛불 불어서 끄고 케잌 자르고 하는게
해마다 똑같아도 왜 매번 기분이 다른지 모르겠다
뭔가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되서일까
멋진 케잌을 먹어서 일까?
65회를 맞이하여 느끼는 당사자의 솔직한 소감이 재미있었고
이번에는 특히 이야기꽃이 길어져서 어쩌다보니 커플 각자가
상대방의 장점 두가지와 고칠점 두가지를 돌아가며 모두 이야기 하게 되었다
놀란 점은 겉모습이나 성격이 많이 다른 남편과 아들의 말하는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데 있다 그래서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생겼나보다
하여튼 덕담과 고칠점에 대해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솔직한 이야기에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면서 시간이 잘 갔다
그러다보니 떠나가전에 교통편 때문에 의견이 분분하여 기분이 상할뻔 했던거도 다 날아갔다
막상 떠나서 바닷가를 거닐고 폭죽을 터뜨리고
푸짐하고 즐거운 식사를 모두가 같이 하고나니 다들 이쁘게 보인다
역시 사람은 자주 만나고 식사 같이 하면서 정이 든다는 생각이 난다
집에 돌아와서도 별로 피곤하지가 않다
운전 한번 안하고 설겆이 한번 안하고 진짜로 놀고 쉬고만 했나?
남편은 인제 뒷방신세가 되버렸다고 한숨을 쉬지만 나는 편해서 좋다
메뉴니 행선지니 일거리는 신경 하나도 안쓰고
그냥 손주 셋 데리고 깔깔 웃으며 실컷 놀기만 했으니....
살다보니 이런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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