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산속의 음악가

이예경 2009. 7. 17. 12:11

사람마다 취미가 있기 마련인데

나는 취미중에 노래부르기를 좋아한다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고 

노래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어째 머리속도 시원해지고 소화도 잘되는지 빨리 배고파진다

특히 속 끓는 일이 있을때는 하이소프라노의 노래를 즐긴다

 

듣는 것도 아주 좋아한다

특히 기막힌 성악가의 발성과 멋진 음률을 들을 때마다

전율이 느껴지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을 뭐라 표현할 길이 없다

 

악기 음악도 좋아한다

음악이 현재 내옆에서 연주되는 것처럼

거실에서도 제음량만큼 틀고 온 방안이 음악으로 가득찰때 감동이 더하다

 

그러나 공동 주택인 아파트에 사는 이유로

매번 그렇게는 못해보는게 유감이긴 하다

 

그래서 주중에 동네산에 오르면 산에 아무도 없을 때

야-호-를 목청� 내질러 볼 때가 있다

 

뻐꾹 소리가 들리면 뻐꾹의 친구가 되어 같이 뻐꾹거리고

홀딱새(검은등뻐꾸기)가 있을때는 따라서 히히히-호오 하며 즐겁다

어머, 정말 똑같애 하고 옆에서 맞장구 쳐주면 더 신이 난다

 

한번은 뻐꾹소리를 낼 때 먼산에서 들리던 메아리가  점점 가까이 온다 싶었는데

그놈이 내 바로 머리위에 까지 따라와 나를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설마! 하면서 내가 올려다보고 나랑 눈이 마주친 순간

푸드득 날개치며 멀리멀리 날아가 버렸다

 

나는 너무 놀라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눈앞이 노랗게 보이며 현기증이 나서 잠시 다른나라에 갔다온 것 같았다

 

나는 뻐꾹소리가 좋아서 열심히 따라해본 건데

그놈은 혹시 내소리에 짝짓기하려고 다가왔던 것이었나?

 

그런데 뻐꾸기눈으로 가까이서 볼때 분명 소리는 그럴사한데

날개도 없지, 다리는 굵고 부리도 없고, 안경까지 쓴 괴물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뻐꾸기가 더 놀랐을지도 몰라

내가 크게 실망을 안겨 준거지...

 

한편 생각하면 뻐꾸기는 탁란의 습성을 가진 고약한 새라고 알려져 있는데

내 뻐꾹소리에는 속아서 내게 접근했단 말이징~

피식 웃음이 나온다

 

초겨울을 앞둔 요즘은 산에서 다른 소리가 들린다

새들의 합창도 들리지 않고

장마 때 들리던 시원한 물소리,

그리고 얼마전까지 산속을 울리던 풀벌레들의 오케스트라 대신에

단풍놀이온 젊은 남녀의 재잘거림과 감탄사가 있다

 

그리고 하산길의 빈 골짜기에서는 나의 소프라노가 있다

맑은 공기 속에서 단전 호흡을 착실하게 하고서

아랫배를 조절하며

100주년 합창단에서 배웠던 아이다의 승리의 노래도 불러보고

김순애 선생님의 연애스토리를 생각하며 네잎크로바도 불러본다

 

이번에는 54코러스를 따라 노래를 배워서

용문산 자락에 있다는 그곳에 가서 노래도 하고

한정혜 목사님도 만나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고싶다

 

내겐 산속의 소리들이 모두 음악으로 다가온다

착각은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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