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시 산책

아주 외딴 골목길 - 황인숙

이예경 2011. 6. 5. 15:20



아주 외딴 골목길
- 황 인 숙

이 외딴 골목길
빗방울도 처마에 부딪혀
자주 발 딛지 못하는 곳

길이라기보다는 틈
낡은 장롱 같은 집들의 틈
그 틈, 더 좁아지지 않도록
시멘트로 다져놓았다



길인 듯 아닌 듯
숫기 없는 사람은 그 앞에서
발길을 돌릴 것이다

인기척 없는 집들의
인적 없는
이 외딴 골목길

스티로폼 상자와 고무 양동이 안에
나팔꽃 봉숭아가 피고 지던 흙이 굳어 있다



불 안 드는 빈방처럼
이, 어린애 같아 보이는 길
정작은 나이배기일 것 같은 길

시멘트가 빈틈없이 깔려 있는
그러나 이 야성적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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