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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 이 순간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 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현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현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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